ADVERTISEMENT

美 상장 쿠팡 전례 때문?...대통령인수위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중앙일보

입력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4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를 받고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수위원회는 “기존 중소기업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 불필요하거나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이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활용해 새로운 정책 및 사업의 기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수의결권은 차등의결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벤처기업 창업자 등에 보유한 지분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초기 투자금액이 과도하게 몰리면 창업자가 경영권을 잃고 투자자에 휘둘릴 수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반면 경영자 교체가 어렵고 작은 지분으로 회사 전체가 아닌 소수 투자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적 격차와 치열한 연구개발(R&D) 등 성장벤처기업에 허용해줘야 한다는 부분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벤처 기업이라고 해도 기존 경영진의 입지가 굳어지면 경영권을 남용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밖에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만든 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회사를 키우는 등 제도 악용의 문제도 있다. 근본적으로 차등의결권은 주주 평등에 위배된다는 부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벤처 창업이 활발한 미국 등에선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아일랜드, 헝가리 등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복수의결권을 활용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일반 주주보다 10배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에선 복수의결권과 유사한 단원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수의 주식을 일 단원(單元) 주식으로 정하고 단원 주식마다 한 개 의결권을 인정하나 단원 미만 주식에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홍콩에선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 복수의결권 주식 상장을 허용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2014년 복수의결권이 허용되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게 관련 제도를 도입한 계기가 됐다.

구팡은 지난해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현명 쿠팡 직원(왼쪽부터),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구팡은 지난해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현명 쿠팡 직원(왼쪽부터),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쿠팡이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복수의결권과 관련이 있다. 쿠팡은 상장 당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도쿄증권거래소·상해증권거래소·홍콩증권거래소 등 5대 증권시장은 모두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전경련은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은 배당금 규모 등이 크게 늘어나 주주 이익 실현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반대로 법안 상정 안돼

국내에서도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나 국회에 막혀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법안을 의결하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발로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지배구조와 소액주주 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문제점이 더 크므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벤처업계는 민주당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는 벤처기업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순간 복수의결권의 효력을 잃도록 규정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로 창업자 지분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에 대한 상속이나 증여도 할 수 없도록 막았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은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사안에 대한 안전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인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벤처기업은 경영권 흔들림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차등의결권이 7년 이상 이어질 경우 경영권 남용 같은 부작용이 커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어, 일몰제도 등을 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차등의결권이 소멸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추진 

인수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설치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원 정책을 신속히 집행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코로나 긴급 구조 특별본부’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