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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反인앱결제' 외치던 스포티파이는 왜 구글과 손잡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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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원엽 기자

그래픽=정원엽 기자

구글이 23일(현지시간)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앱에서 구글 결제시스템 아닌 스포티파이 자체 결제수단(제3자 결제)을 허용하는 ‘이용자 선택 결제’ 시범 프로그램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스포티파이 앱에서 사용자가 '구글 결제' 대신 '제3자 결제'를 선택하면 스포티파이가 개발한 결제 수단으로 구독료를 낼 수 있다. 한국에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후, 구글이 한국에 한해 적용하던 제3자 결제 방식을 전 세계 스포티파이 앱에 적용한다는 의미다. 구글은 올해 안에 이 결제 방식을 스포티파이 앱에 선보이고, 이 앱이 출시된 180여개 국가로 확대할 예정이다.

왜 중요해?

● 스포티파이는 에픽게임즈 등과 함께 앱공정성연대(CAF)를 조직해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에 반대해 왔다. 지난달 3일 미국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열린 앱시장 법안(Open app markets act)’에 지지 입장도 밝혔다. 그랬던 스포티파이가 안드로이드 앱 안에서 3자 결제를 테스트하겠다며 구글과 손을 잡았다.
● 이제까지 스포티파이는 앱 아닌 웹(홈페이지)를 통해 사용자가 구독료를 결제하도록 했다. 이 방식으로 전 세계 4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았다. 이번 구글의 시범 프로그램은 스포티파이 입장에선 안드로이드 앱 내에 자사의 결제 수단을 적용할 기회일 수 있다. 구글도 반(反)인앱결제 진영을 대표하던 스포티파이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구글은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생태계에 대한 (구글의) 투자 능력을 유지하며, 사용자에게 선택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11월 한국에서 앱 내 제3자 결제 시스템(개발자 제공 인앱 결제 시스템) 허용 방침을 밝혔다. 구글이 제시한 예시.

구글은 지난 11월 한국에서 앱 내 제3자 결제 시스템(개발자 제공 인앱 결제 시스템) 허용 방침을 밝혔다. 구글이 제시한 예시.

주목할 점은?

● 스포티파이가 수용한 안드로이드 앱 내 제3자 결제, 한국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제3자 결제방식에 구글이 매기는 수수료(6~26%)가 과도하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구글과 스포티파이가 어떤 조건, 즉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을 얼마로 책정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스포티파이는 앱 내 3자 결제 수수료율에 대해 “계약상 기밀”이라며 함구했다. 구글도 “스포티파이도 한국 앱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구글플레이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 구글은 이날 "스포티파이를 시작으로 소수의 파트너와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웹툰 사업을 하는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콘텐트 플랫폼 앱은 구글과 수수료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구글플레이 입점 앱 중 1% 정도인 이들의 반발이 구글엔 골치거리였다. 나머지 99% 앱들은 이미 인앱결제 방식을 쓰고 있다.

4월부터 구글 인앱결제  한국은

구글은 지난 16일 인앱결제 의무화가 4월부터 실시된다고 공지하며 “결제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4월 1일부터 앱 업데이트를 제출할 수 없고, 6월 1일까지도 준수하지 않는 앱은 구글플레이에서 삭제된다“고 밝혔다. 앱에서 제공되는 구글 결제나 제3자 결제, 이 두가지 방식 외에 아웃링크로 웹 결제를 유도하면 구글플레이에서 퇴출된다.

콘텐트 업계의 반발 : 창작자와 콘텐트 플랫폼 등은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단 법 개정 취지를 구글이 교묘히 피해갔다'고 비판한다. 구글이 앱 내 제3자 결제를 허용하긴 했지만, 수수료율을 '구글 결제'(소비자가의 10~30%)보다 4%포인트에 낮춘 데 그쳤다. 국내 한 콘텐트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구글 결제가 더 싸다”며 “구글 결제보다 6~7%포인트는 인하되지 않는다면 제3자 결제를 추진할 이유가 별로 없어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 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앱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도 필요하다.

정부의 경고 : 국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22일 성명을 통해 “법령을 공공연하게 무시하는 현상을 두고 방통위가 손놓고 있으면 직무유기”라며 “유권해석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웃링크 결제 제한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구글과 애플에 꾸준히 얘기했다”며 “다음 주 초에는 방통위 유권해석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애플 “법대로 했는데”: 구글은 앱 내에서 구글 결제 외에 제3자가 제공하는 결제 방식을 허용했고, ‘웹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도 수용했으니 법령을 어긴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지난 1월 “방통위 및 개발자 커뮤니티와 협력해 이용자에게 도움될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발표 이후 아직 별다른 입장이 없다. 다만, 유럽의 사례로 볼 때 애플도 구글-스포티파이 방식을 국내에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정부와 법원의 제재를 받은 애플은 최근 현지 데이팅 앱에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고, 수수료 27%를 매긴 바 있다.

애플과 구글의 예상 앱마켓 연매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애플과 구글의 예상 앱마켓 연매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모호한 시행령, 예견된 갈등

개발사·창작자들은 방통위의 모호한 시행령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개정 법의 취지는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특정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걸 금지(제50조 1항)'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령이 강제 행위를 구체화하지 않아 구글·애플이 아웃링크를 통한 외부 결제를 금지할 길을 열어줬다는 것.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입점 수수료를 과하게 설정해 다른 결제 수단 진입을 막는 행위와 외부결제 링크를 금지하는 행위를 '강제 행위'로 시행령에 명시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방통위가 '너무 구체적인 제한은 소송의 우려가 있다'며 주저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게 나랑 무슨 상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음악·웹툰·웹소설 등 콘텐트 사용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콘텐트 앱 개발사는 그간 웹 결제로 소비자를 유도해 구글플레이에 안 냈던 '인앱결제 수수료'를 구글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OTT 업체 웨이브는 “오는 29일부터 안드로이드 앱 월구독 이용권을 15% 인상(프리미엄 기준 최대 2600원)한다”고 발표했고, 티빙·시즌 등 OTT업체와 지니·플로 등 음원 플랫폼도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 등도 “당장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 네이버웹툰 결제용 쿠키는 인앱결제를 적용중인 애플 플랫폼에선 개당 120원으로 안드로이드(100원) 보다 20% 비싸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의 콘텐트 구독가격이 안드로이드보다 7~34% 높다고 분석했다.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인앱결제 강제방지법 이행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토론에 참석한 이승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곽정민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병태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화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정민 기자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인앱결제 강제방지법 이행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토론에 참석한 이승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곽정민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병태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화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정민 기자

앞으로는

방통위가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하라는 등 시정조치를 구글 측에 요구할 경우,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무법인 정박의 정종채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방통위가 시행령을 신속하게 개정해 앱마켓의 과도한 입점수수료를 제한하고,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하도록 명시해야 한다”며 “금지 행위를 명확히 못 박지 않으면, 해석을 두고 싸우는 소송전만 길어져 앱 생태계와 소비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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