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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30~40%오른 단지 속출…내년엔 '더블 세금 폭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의 올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모습. [뉴시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의 올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모습. [뉴시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의 평균 상승률이 14.2%로 지난해(19.9%)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24일 열람이 시작된 개별 단지의 공시가격을 보니 지난해보다 30~40% 급등한 곳이 속출했다.

정부가 올해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산정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당장 이들의 세 부담은 크게 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올해 보유세 동결은 '미봉책'일 뿐이다. 올해 미반영된 공시가격 상승분이 내년에 더 큰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차 전용면적 82.5㎡(10층 기준)의 올해 공시가격은 25억1500만원으로 지난해(18억6500만원)보다 34.9%(6억5000만원) 뛰었다. 인근 한양아파트(81동) 전용 210.1㎡의 경우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12억100만원(29.3%) 올랐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압구정동과 같이 재건축 기대감에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지역은 공시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압구정동은 지난해 재건축 조합 설립 붐이 불면서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는 한편, 매도호가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역대 최고가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체적인 가격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압구정동 대부분 단지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강남구 평균 상승률(14.82%)을 넘어 20%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서울에서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도봉구(20.66%), 노원구(20.17%) 일대에서도 30~40%대 상승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왔다.  지난해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 전용 53.16㎡는 올해 공시가격이 3억6100만원으로 지난해(2억5400만원)보다 42.1% 상승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전용 45.9㎡의 올해 공시가격은 4억2800만원으로, 지난해(3억3000만원)보다 29.7% 상승했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1㎡도 공시가격이 지난해 18억5600만원에서 올해 22억6600만원으로 22.1% 뛰었다. 1993년 준공한 강서구 가양동 한강타운 전용 84.99㎡ 공시가격도 6억1600만원에서 8억6500만원으로 40.2% 올랐다.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공시가격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공시가격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지역의 빌라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강북구 미아재개발촉진지구의 한 빌라 전용 37.7㎡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억4600만원에서 올해 2억2700만원으로 55.5%(8100만원) 뛴 것으로 확인됐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교통 호재로 매매가격이 다락같이 오른 경기·인천 등에서도 공시가격이 40~50% 뛴 곳이 많았다. 특히 인천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29.33% 뛰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GTX-B 노선이 지나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더샵파크에비뉴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6억1400만원에 올해 9억7600만원으로 59.0% 상승했다. 시흥시 월곶동 월곶2차 풍림아이원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72.4%(2억300만원→3억5000만원)나 뛰었다.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른 집주인들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올해 보유세를 지난해 공시가격으로 적용한다고 하지만 내년이면 상승분 2년 치가 한꺼번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한 이번 세 부담 완화 방안이 1가구 1주택자에 한정되면서 다주택자들의 한숨도 터져 나왔다.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글부터 "여러 사정 때문에 다주택자인 경우도 많은데, 2주택자까지만이라도 보유세를 조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특히 초고가 주택 1채보다 합산 공시가격이 낮은 아파트 2채를 가진 경우 보유세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91억4000만원으로 전국에서 2위를 기록한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의 경우 지난해(61억3300만원)보다 30억700만원이 뛰며 상승률이 49%에 달했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를 계산하면 9500만원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13억8200만원인 마포구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와 22억6600만원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4㎡를 함께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올해 예상 보유세는 1억908만원으로 합산 공시가격이 나인원한남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보유세는 더 많이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맞추는 계획이다.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71.5%로 전년 대비 약 1.3%P 증가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고 현실화율까지 적용되면서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적용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부동산 시장에 큰 변동이 없음을 전제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지닌다"며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 제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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