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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에 흔들린 '앙숙' 인도로 달려간다…中왕이의 연횡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탄자니아 외교부장과 화상 회담을 갖고 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

지난 2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탄자니아 외교부장과 화상 회담을 갖고 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번 주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왕 외교부장의 인도 방문은 지난 2020년 6월 국경 분쟁 중인 갈완 계곡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이 유혈 충돌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최고위급 방문이다.

브릭스 의장국 中, 印과 국경 분쟁 접고 타협 #“미국 합종책에 중국이 연횡술로 맞서는 격”

왕 부장은 이번 인도 방문에서 국경 문제와 함께 우크라이나 대처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인도는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기권했다.

중국과 인도의 냉각 기간 중인 2020년 10월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합종책(合縱策)인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대화(쿼드)’가 출범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왕 부장의 방문이 쿼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인도를 공략하기 위한 행보라고 풀이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러시아·인도 관계의 새 변수로 부상했다.

지난 2020년 6월 15일 중국과 인도의 히말라야 국경에 위치한 갈완 계곡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이 충돌하고 있다. [CC-TV 캡처]

지난 2020년 6월 15일 중국과 인도의 히말라야 국경에 위치한 갈완 계곡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이 충돌하고 있다. [CC-TV 캡처]

인도 뉴델리의 싱크탱크 옵저버 연구재단의 사미르 파틸 선임연구원은 SCMP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도로 하여금 중국과 맞서는 데 러시아산 무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상황을 재고하게 만들었다”며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로 불구가 되면 모스크바는 뉴델리에 약속한 장비의 납품 일정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솟는 유가도 부담이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기존 2~3% 수준에 그쳤던 러시아산 값싼 석유의 수입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또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혼란을 틈타 밀 수출량을 기존의 2배가량 확대하며 전 세계 밀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인도가 러시아 규탄을 거부하면서 쿼드에 미묘한 분열이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도의 입장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는 다른 쿼드 국가들과 비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후미오 기시다 일본 총리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인도의 군 관계자는 “뉴델리는 이번 전쟁으로 미국의 초점이 인도·태평양에서 유럽으로 기울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과의 이러한 대화(왕이 인도 방문)는 변화된 현실에 대비하는 인도의 방법”이라고 SCMP에 말했다.

중국이 인도를 공략하는 수단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다. 23일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올해 브릭스 의장국으로 14차 브릭스 정상회담을 ‘고질량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발전 신시대를 함께 창조하자’는 주제로 주최할 예정”이라며 “최근 브릭스 14차 정상회담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포함된 브릭스 5개국은 이미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친러시아 행보를 보였다. 러시아가 반대한 상황에서 중국·인도·남아공 3개국이 기권했다. 브라질만 찬성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왕 부장의 인도 방문 여부 대해선 “현재 발표할 소식이 없다”면서도 방문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왕 부장이 이번 인도 방문 기간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수브라마냠자이샨카르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인도 모두 24일까지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단 점에서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 2020년 유혈 충돌 후 2년 동안 15차례 군사 접촉을 가졌지만 분쟁 지점 세 곳에서 군대를 일부 퇴각시켰을 뿐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중국학)는 “이번 왕이 부장의 인도 방문은 쿼드의 약한 고리를 흔들기 위해 중국이 마련한 고도의 외교적 행보”라며 “중국 전국시대 통일을 노리는 진(秦)나라를 막기 위해 소진(蘇秦)이 합종책을 만들어 맞서자 진이 장의(張儀)를 내세워 연횡술을 펼쳤던 모습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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