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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尹공약 반대"에 인수위 폭발…"권력수사 재개" 못박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공약 반대’ 기자회견이 사상 초유의 법무부의 인수위 업무보고 취소 및 검찰 단독 보고 사태로 이어졌다. 박 장관의 23일 회견 내용이 알려진 뒤 인수위 측은 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를 분리한 데 이어 24일 당일 아침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무부에 업무보고 전격 취소를 통보했다. 인수위 부대변인의 입에선 “정권 인수인계 방해하는 사보타주” “권력수사 재개” 발언까지 나왔다.

23일 오전 9시,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취소하고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간사인 이용호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는 숙려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정 연기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야당 시절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예산 편성을 통한 국회 통제를 일관되게 주장한 모습을 완전히 바꿔 법무장관이란 사람이 ‘내로남불’식으로 반대했다”며 “곧 물러날 장관이 윤석열 정부와 함께 할 법무부에 매우 부담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 '프레스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 '프레스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범계 23일 셀프 간담회 “尹검찰 공약 전부 반대·우려” 발단

사태의 발단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23일 오전 출근길에 자청한 기자간담회였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자가격리를 마친 뒤 처음 법무부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에게 “칸막이가 있는 곳이 낫겠다”며 중회의실로 불러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공약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공약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검찰을 위해 좋은 길이냐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등 윤 당선인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6대(부패·경제·선거·공직자·대형참사·방위사업) 중요범죄 범위 내 직접 수사 개시권 확대 등 반대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검찰 예산편성권 독립에 대해선 “특수활동비 등 비용 집행의 투명성과 감독 문제, 예산편성권을 가진 법무부 검찰국의 직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는 문제가 얽혀있다”며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도 했다. 현 172석 여당이 반대하면 이뤄질 수 없는 공약이라고 한 셈이다.

尹 당선인 “朴 발언은 5년간 검찰개혁 실패했단 자평인가” 비판

윤석열 檢 관련 3대 공약... 박범계 vs 대검 엇갈린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윤석열 檢 관련 3대 공약... 박범계 vs 대검 엇갈린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용호 위원은 이를 두고 “40여일 후에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대통령 당선인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직접 박 장관을 겨냥해 “이 정부서 검찰개혁이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한 건데 5년간 해놓고 그게 안됐단 자평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현 정부 주무장관이 이렇게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인수위 “박범계·윤호중 정권인수 사보타쥬…권력비리 셀프 은폐 시도냐”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박 장관의 윤 당선인 공약 반대를 놓고 “정권 인수인계 사보타쥬”로 규정하고 권력비리 수사 재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출범 뒤 적폐청산 수사를 위해 제도적 정비를 하겠다고 경고하면서다.

원일희 부대변인은 “박범계 장관과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심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5년 동안 벌어졌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재개돼 권력형 부정부패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셀프은폐 시도로 내비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수위는 검찰권이 정상화되고 중단된 권력형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정비 방안을 마련할 것”라고 못 박았다.

이날 법무부 보고 취소 사태에 결국 오전 11시부터 1시간여동안 대검 단독 업무보고만 진행됐다. 이날 업무보고를 위해 인수위로 출근하려던 법무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일정이)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은 것 외엔 (어떻게 대응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수위 조치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기로 했다.

초유의 사태의 당사자인 박범계 장관도 이날은 인수위와 강대강 대치 상황에 부담을 느끼는 듯 기자들에게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저쪽(인수위)에 알아보시라, 무슨 변수가 있는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다.

대검 “尹공약 동의” 단독 보고…법무부엔 “29일까지 입장 재정리” 통첩

반면 대검은 단독 업무보고에서 박 장관과는 반대로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위는 비공개로 이뤄진 보고 이후 “대검은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적인 예산편성권 등 윤 당선인 사법 개혁 공약에 공감하고, 인수위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인수위원들은 당선인이 검찰 출신이라고 해 검찰에 특별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오해하거나 자만하지 말 것을 각별히 강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업무보고 일정은 추후 법무부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한 뒤 스스로 결정하라는 게 인수위 방침이다. 퇴임하는 민주당 소속 장관의 개인 입장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약 이행 방안을 부처 입장에서 다시 보고하라고 최후통첩한 셈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무부에서 내부적 숙의를 거쳐서 공약에 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하고, 내주 화요일(29일) 안에 보고받으면서 그 입장을 확인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법무부에 연기를 통보했을뿐이고 어떤 입장 정리해서 오라는 요구는 한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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