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비판한 러 기자, 러 포격에 스러지다…"최고인재 죽였다"

러시아 독립 언론사 인사이더에서 일하는 옥사나 바울리나(42) 기자가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취재하던 중 러시아의 포격을 받아 숨졌다고 인사이더가 24일 밝혔다.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독립 언론사 ‘인사이더’에서 일하는 옥사나 바울리나(42) 기자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취재하던 중 러시아의 포격을 받아 23일 숨졌다고 해당 매체가 24일 밝혔다. 바울리나는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쇼핑센터를 촬영하던 중 함께 있던 다른 민간인 한 명과 함께 숨졌다. 같이 일하던 동료 기자 두 명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바울리나는 ‘타임아웃 모스크바’와 ‘인스타일’ 등 라이프스타일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하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당 지도자 알렉산더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 재단에서 프로듀서로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썼다. 전국 집회를 생중계했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 당국이 반부패 재단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낙인 찍으면서 러시아를 떠난 이후엔 ‘인사이더’와 미국의 분쟁전문 매체 ‘코다 스토리’를 통해 푸틴과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꾸준히 써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엔 인사이더 소속 특파원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서부도시 리비우 등에서 취재했다.

나발니 측 재단서 정부 비판…수차례 체포

23일 우크라이나 취재 중 러시아의 포격을 받아 숨진 러시아 기자 옥사나 바울리나(42). [인스타그램 캡처]

인사이더는 이날 성명에서 “옥사나의 가족과 친구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우리는 민간인 지역 무차별 포격으로 민간인과 언론인의 죽음을 부른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해서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민주개발재단의 프로그램 디렉터 아나스타샤 카리모바는 트위터에서 “러시아군이 러시아 최고의 인재 중 한 명을 죽였다”고 썼고, 탐사 전문 매체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체프 기자는 “놀랍도록 용감한 러시아 기자가 고국 군대의 민간인 구역 포격으로 죽임당했다”고 애도했다. 나발니의 반부패 재단에서 함께 일했던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옥사나를 절대 잊지 않겠다.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은 즉결 처분을 받아야 한다”며 복수를 다짐하기도 했다.

우크라 전쟁 취재 중 숨진 언론인 최소 5명 

23일 우크라이나 취재 중 러시아의 포격을 받아 숨진 러시아 기자 옥사나 바울리나(42). [인스타그램 캡처]

CNN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언론인은 바울리나를 포함해 최소 5명이다. 우크라이나 카메라 오퍼레이터 한 명이 이달 초 텔레비전타워 포격으로 사망했고,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 브렌트 르노(51)가 지난 13일 글로벌 난민 위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러시아군이 쏜 총을 맞고 숨졌다. 르노와 함께 취재하다 다친 동료 사진기자 후안 아레돈도는 최근 수술만 5번 받았다.

다음날엔 미국 폭스 뉴스 소속 영상 기자인 피에르 자크르제프스키(55)와 프리랜서 기자 올렉산드라 쿠브시노바(24)가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러시아군의 공격에 차에 불이 붙어 숨졌다. 이들과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취재기자 벤저민 홀(40)도 양쪽 다리를 다쳤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바울리나의 죽음은) 이미 최소 4명의 다른 언론인의 생명을 앗아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당국은 언론인과 다른 모든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언론인에 대한 공격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