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불참, 尹은 중시…정부, 北인권결의안 참여 이번엔?

중앙일보

입력

남북관계 개선을 이유로 북한 인권 문제에 로우키(low key) 기조를 유지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르면 이달 말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오는 31일 인권이사회는 북한의 인권 참상을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다.

유럽연합(EU)이 마련한 결의안 초안은 이미 제출돼 있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올해도 결의안 공동제안국에는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文 임기 마지막 결의안, 불참 유지?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달 말 전체회의를 통해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통상의 절차대로 별도 표결 없이 전원 합의에 따라 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웹TV 캡쳐]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달 말 전체회의를 통해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통상의 절차대로 별도 표결 없이 전원 합의에 따라 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웹TV 캡쳐]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3년 이후 19년 간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인권 유린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2016년부터는 별도의 표결도 없이 전원 합의로 결의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한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9년 이후 3년 간 결의안 처리 때 기권이나 반대는 하지 않는 식으로 전원 합의에는 참여하되,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2018년 남·북·미 간 연쇄 정상회담 등으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북한이 인권 문제 지적에 '최고존엄'까지 연결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에,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동참할 경우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불참 배경엔 "한반도 정세" 

정부는 2019년 이후 줄곧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며 '한반도 정세'를 그 이유로 들었다. 사진은 2018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이후 인사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정부는 2019년 이후 줄곧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며 '한반도 정세'를 그 이유로 들었다. 사진은 2018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이후 인사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정부는 그간 공동제안국 불참 결정의 배경에 대해 ‘한반도 정세 등 제반상황 고려’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왔다. 북한 인권 상황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인권 외면국’이라는 비판은 피하고 싶은 정부의 딜레마가 반영된 표현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좀 다르다.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지만, 불참할 경우 5월이면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 정책 공약과 충돌하게 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공약 중 하나로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공조 강화”를 명시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동참은 윤 당선인의 이같은 공약에 정확히 부합하는 의제다.

尹 '북한 인권' 강조하며 차별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할 전망이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할 전망이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에 과거 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던 고위급 인사가 포진해 있다는 점도 새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게 하는 요소다.

우선 김성한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의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으로 일하며 국제적 인권 문제를 총괄했다. 2012년 취임하며 첫 일성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이 북한인권법을 3년 이상 계류시키는 것은 아이러니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임했던 김홍균 외교·안보 분과 전문위원은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을 주도하고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북한 내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교부는 24일 이번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에 대해 “결의안 초안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문제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답변만을 반복하다 끝내 불참 결정을 내렸단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극적인 입장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공동제안국에 참여할 경우 지난 3년간 불참해왔던 명분과 당위성을 스스로 허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