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딱 10년만에 고향 품으로…박근혜 '영욕의 세월' 끝 다시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에서 태어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욕의 정치인생을 거쳐 다시 고향의 품에 안긴다.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출마하며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을 떠난 지 정확히 10년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강정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강정현 기자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8시30분쯤 삼성서울병원을 퇴원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오전 9시5분쯤 사저가 있는 대구시로 향했다. 퇴원 후에는 “국민 여러분께 오늘 인사 드리게 됐다”며 “많이 회복됐고, 몇 개월간 치료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싶다”며 짧은 인사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구시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 앞은 지지자들의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오전 일찍부터 지지자와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일대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백 개의 화환이 사저 일대에 줄지어 세워졌고 허공에는 대형 애드벌룬이 띄워지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2시쯤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카퍼레이드를 하며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카퍼레이드를 하며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은 1952년 2월 2일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박정희(1917~79)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1925~74) 여사가 50년 12월 12일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마련한 집에서다. 지금 이 집은 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대구에서 유년시절을 제대로 보낼 새도 없이 53년 서울로 이사했다. 63년 12월 당시 11세였던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으로 청와대에 입주해 ‘큰 영애’로 살았다. 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습 사건으로 모친을 잃은 뒤부터는 영부인 역할을 대신했다. 79년 10월 26일 부친 역시 김재규의 총격을 받고 숨지는 비극을 겪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영애 박근혜양이 1975년 10월 3일 청와대에서 6.25 참전용사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박정희 대통령과 영애 박근혜양이 1975년 10월 3일 청와대에서 6.25 참전용사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부모를 모두 잃은 박 전 대통령은 두 동생(근령·지만)을 데리고 청와대를 나와 서울 중구 신당동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82년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이 마련해 준 성북동 집으로 이사했다가 90년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입주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가 설립한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운영 말고는 특별한 대외활동 없이 칩거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을 다시 세상으로 이끈 건 대구였다. 98년 4월 제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백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 때 전세로 살던 이 집을 7000만 원에 사들였다. 대구에서 내리 4선을 하는 동안 이 집에서 한 달 평균 2~3일씩 이 집에 머물렀다. 대구를 정치적 발판 삼아 2004년 한나라당 대표에 올랐다.

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2년여간 치러진 각종 선거에 완승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2012년 12월 19일에는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귀향과 입주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지지자들이 사저 앞 게시대에 전시된 박 전 대통령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귀향과 입주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지지자들이 사저 앞 게시대에 전시된 박 전 대통령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대구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찾았던 안식처 역할을 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 직전 친박(親朴) ‘학살 공천’을 강하게 비판한 뒤 17일간 대구 달성에 머물기도 했고, 이른바 ‘최순실 사태’ 후 첫 외부 행보도 대구 서문시장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탄핵 결정이 내려졌고, 같은 달 31일 구속됐다. 2020년 유죄가 확정되면서 벌금 180억 원과 35억 원의 추징 명령도 받았다.

지난해 12월 24일 특별사면·복권된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고향인 대구로 돌아오게 됐다. 지난해 12월 31일 0시 부로 자유의 몸이 된 지 82일 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