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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 또 '삼정검 수여식' 한다…장성들 "굳이 이 시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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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청와대가 이달 말 준장 진급자를 대상으로 한 ‘삼정검(三精劍) 수여식’을 열겠다고 알려 군 내에서 술렁거리고 있다. 직전 삼정검 수여식이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터라, 넉 달 만에 다시 행사가 열리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이날 육군 50명, 해군 11명, 해병대 3명, 공군 12명 등 76명의 준장 진급자들이 삼정검을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이날 육군 50명, 해군 11명, 해병대 3명, 공군 12명 등 76명의 준장 진급자들이 삼정검을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3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가 국방부를 통해 지난 18일쯤 삼정검 수여 대상자들에게 “오는 31일 수여식을 갖는다”고 통보했다.

이때는 윤 당선인의 마음이 용산 이전으로 기울었다는 언론 보도가 한창 나오던 시점이었다. 곧바로 윤 당선인은 지난 19일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 청사를 직접 찾았고, 이튿날 용산 이전을 전격 발표했다.

대통령이 첫 장성 진급자에게 삼정검을 주는 행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생겼다. 군의 사기 진작과 명예를 높이는 차원에서 군 통수권자가 직접 검을 건넨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이전에는 대통령이 중장 진급자에게만 삼정검에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줬다. 준장 진급자의 경우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 서명이 새겨진 삼정검을 대신 수여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삼정검 수여식에서 준장 진급자에게 수여된 삼정검.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1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삼정검 수여식에서 준장 진급자에게 수여된 삼정검.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8년 1월 11일 첫 수여식(56명 대상)을 치른 이후 ▶2019년 1월 8일(79명 대상) ▶2020년 1월 29일(77명 대상) 등 해마다 연초에 행사를 열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와 행사 장소인 청와대 영빈관의 리모델링 문제로 수여식이 11월 16일(76명 대상)에 열렸다.

이와 관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수여식 나흘 뒤 자신의 페이스북“아마도 재임기간 중 대통령께서 직접 수여하시는 마지막 삼정검 수여식이 아닐까 싶다”고 적었다. 최근까지 군 내에서도 “다음 삼정검 수여식은 새 대통령이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수여식 통보를 받은 장성들 사이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수여식을 한 지 얼마 안 된 데다가, 문 대통령의 임기가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 굳이 이런 행사를 여는 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오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튿날 집무실 용산 이전을 직접 발표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오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튿날 집무실 용산 이전을 직접 발표했다. 뉴스1

일각에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불거진 신ㆍ구 권력간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가 용산 이전을 반대하면서 ‘안보 불안’을 명분으로 내세우지 않았느냐”며 “아무래도 군 통수권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급히 행사를 준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안보에 조그마한 불안 요인도 있어선 안 된다”며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 경비를 의결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요청한 496억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을 예비비로 처리하는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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