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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는 무력사용 쉽다…푸틴 침략서 배우는 김정은 대응법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렇게도 잔인한 전쟁을 감행할 줄은 러시아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

독재자가 무력 사용을 쉽게 결심하는 이유

권위주의 유형에 따른 전쟁 추구 성향을 연구한 제시카 위크스(Jessica L. P. Weeks)에 의하면, 사담 후세인, 무아마르 알 카다피, 푸틴, 김정은 등과 같은 일인 독재자들은 다른 체제 유형의 지도자들에 비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의 시위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항의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는 피켓을 들고 있다. EPA=연합

스위스의 시위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항의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는 피켓을 들고 있다. EPA=연합

왜냐하면 첫째, 일인 독재자들은 국내에서 절대적 권력을 추구하는 것과 같이 국제적으로도 매우 큰 야심을 갖기 마련이다. 둘째, 그를 둘러싼 소수 정치 집단은 전쟁에 대한 독재자의 오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셋째, 일인 독재자들은 강력하고 조직적인 민중의 저항이나 도전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일인 독재자들은 큰 정치적 부담 없이 전쟁을 감행하여 야심을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일인 독재자들은 민간인 살상에 대한 부담을 덜 느낀다. 푸틴은 키이우, 마리우풀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과 자포리자 원전 공격을 통해서 우크라이나 민간인뿐 아니라 러시아 군인들의 생명도 안중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전세가 러시아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푸틴은 대량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전술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휘두를 수도 있다.

무력 사용 앞에 민주주의 국가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발을 들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했다면, 푸틴은 이처럼 무분별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서 시민이 포격으로 생긴 구멍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서 시민이 포격으로 생긴 구멍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

민주주의 국가는 무력 사용을 결심하기 어렵다. 일례로 2012년,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민간인들에게 대량의 화학무기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선언한 레드라인을 넘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끝내 무력으로 시리아 정권을 응징하지 못했다.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날 것이 자명했다. 또한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중단시킬 정도로 강압하려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와 같은 장기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사드 정권은 미국이 비용이 크고 이기기 어려운 중동의 전쟁에 더 이상은 발을 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독재 정권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지속적인 메시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상대적으로 무력 사용을 결심하기 쉬운 북한의 독재정권에 대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이기는 협상을 하려는 국제적 야심을 지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위성 발사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발사장의 여러곳을 돌아보시면서 위성 발사장 개건현대화 목표를 제시하시고 그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방도를 밝혀주시였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위성 발사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발사장의 여러곳을 돌아보시면서 위성 발사장 개건현대화 목표를 제시하시고 그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방도를 밝혀주시였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북한 내부에서 노동당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강화되기는 했지만, ‘수령’을 견제할 정도의 권력을 갖지는 못한다. 러시아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있지만, 북한의 인민들은 그 정도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한다. 또한 김정은은 정권의 생존에 위협을 준다면 고모부도, 형도, 인민의 목숨도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그럼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북한이 한국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리 없다는 확신만큼은 겸허히 접어둘 필요가 있다.

비교적 서방의 정치 지도자들과 자주 교류해온 푸틴도 이처럼 왜곡된 세계관을 가지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쟁을 시작했다. 두문불출하는 김정은이 어떤 관점과 여건 하에 어떤 오판을 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은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하게 보고 있다는 점, 다종화된 단거리 미사일과 전술핵 등 실제로 사용 가능한 결정적 무기를 가지려 한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또한 한국 정부의 대응 의지와 능력에 대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의지가 있고,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한ㆍ미 연합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끊임없이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북한이 위협을 느낀다면, 그 위협감이 북한을 자제하도록 만들 것이다.

물론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이 다시 발생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도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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