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누적 확진 1000만 돌파, 응급환자 희생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이강현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이강현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코로나19 국내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한 달 보름 만에 무려 900만 명이 확진됐다. K방역이 무너지면서 안타깝고 부끄러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사망자가 급증해 걱정이다. 그제 하루 사망자는 291명을 기록했다. 특히 오미크론보다 확산 속도가 더 빠른 ‘스텔스 오미크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코로나 사태는 아직 정점을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신규 입원 환자는 최근 하루 1700명을 넘어 병원마다 초비상이다. 각 병원 응급실 앞에는 음압격리실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코로나 의심 환자들을 태운 119구급차의 대기 행렬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들 응급환자는 신속히 응급실의 음압격리실로 들어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응급센터에 음압격리실이 부족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와 일반환자 섞인 응급실
음압격리실·전담병원 확대해야

응급환자가 증가하면 병세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져 중증 응급환자의 사망 위험성은 더 커진다. 코로나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최근엔 화장장이 포화상태라고 한다. 화장장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보통 삼일장을 치르던 유족들이 오일장을 치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다.

그나마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경험 이후 많은 응급센터에는 음압격리실을 설치해 코로나 환자 치료에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응급센터의 음압격리실이 부족하니 코로나 환자는 물론이고 일반 질환을 앓는 중증 응급환자들의 생존율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가 일하는 강원도 원주의 경우 요즘 수도권의 119구급차로부터 하루에도 여러 번 문의 전화를 받는다. 코로나 확진자 또는 의심 응급환자가 속출하는데 음압 격리시설이 있는 응급실을 수도권에서 찾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를 기존 의료 시스템이 소화하지 못하니 응급환자가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안타깝게 희생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병원 도착 전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줄었다. 병원 도착 전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에는 8.7%였으나, 2020년에는 7.5%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으로 이 비율이 더 떨어졌을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하고 있다.

응급센터에서 가용한 음압격리실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의심 응급환자를 일반 응급환자와 함께 치료받게 하는 의료 체제는 감염 위험을 키운다. 응급실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 일반 응급환자를 감염시키거나 응급실 의료진 감염으로 이어져 응급실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응급실 사망이 늘어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응급센터에 코로나 환자용 임시 음압격리실을 더 설치하고, 코로나 환자 격리 입원실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 환자 치료 지정 병원 수를 늘려 감염자가 빨리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존의 코로나 병상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유해 병상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2~3월 대구시가 코로나 대유행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기억한다.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을 잘 활용했던 사례처럼 코로나 환자 전용 치료 병원과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 동원 가능한 의료인력을 최대한 확보해 오미크론 대확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도 코로나 위중증 의심 응급환자가 음압격리실이 있는 응급센터를 찾지 못해 앰뷸런스 안에서 거리를 헤매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응급실에 도착해도 격리실 자리가 없어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의 응급센터에 음압격리실을 확대하지 않으면 위중증 응급환자들이 생명을 잃는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강현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