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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에 강한 활엽수, 소나무 옆 심는다...산불복구 매뉴얼 12년 만에 손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매뉴얼 개정

지난 14일 오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해발고도 800m 한 야산. 2017년 5월 발생한 산불로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가운데 수백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아 숲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해발고도 800m 한 야산. 2017년 5월 발생한 산불로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가운데 수백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아 숲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산림청이 12년 만에 ‘산불피해지 복구 매뉴얼’을 개정한다. 산림청은 지금까지 2010년 기준으로 작성된 산불 피해지 복구 매뉴얼을 적용해 산불 피해지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왔다.

산림청은 23일 “산불 피해지 복구 매뉴얼을 2022년 현재 상황에 맞게 현실화하는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새 매뉴얼에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강원석 박사가 2017년부터 연구해 온 ‘산불 지표화 피해지의 소나무 피해목 고사 여부 판단 기준 연구’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산불피해지 복구 매뉴얼(개정안)’을 보면 ‘내화수림대’ 조성에 관한 내용이 대폭 강화됐다. 내화수림대 조성은 산불 발생 위험도를 낮추거나 산불의 진행과 확산 억제를 목적으로 주요시설물이나 도로·철도·임도·집단마을·농경지·능선 주위의 숲이나 대형 산불 피해 복구 대상지에 띠 모양으로 숲을 조성하거나 기존의 숲을 산불에 강한 숲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내화수림대 조성 사업 이미지.

내화수림대 조성 사업 이미지.

산불 대형화·연중화로 사회적 관심 커져 

개선 방식은 소나무·잣나무 등 침엽수 단순림과 주택 등 생활권 주변의 산림, 산불 피해지 등에 불에 강한 내화수목인 활엽수를 심어 산불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대표적인 내화수목은 굴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꼽힌다. 동해안 지역은 산불 조심 기간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 산불의 비산 거리가 1.5㎞에 달한다. 이 때문에 곳곳에 활엽수를 심어 소나무보다 월등한 내화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의 대형화·연중화로 피해지 복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2019년부터 산불 피해지에 내화수림을 조성하고 연구를 해왔다. 2019년 4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해 산림 1260㏊를 태운 산불 피해지를 실험지역으로 정하고, 그해 10월 불에 강한 굴참나무 5000그루와 주민 소득 창출을 위한 돌배나무 2500그루, 소나무 3000그루를 심었다.

내화수림 조성기술 확립 필요

숲 가꾸기 사업 이미지.

숲 가꾸기 사업 이미지.

숲 가꾸기 사업 이미지.

숲 가꾸기 사업 이미지.

또 2000년 4월 2만3794㏊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던 동해안 산불 피해지 중 하나인 고성군 죽왕면 실험지역에도 지난해 4월 굴참나무와 루브라참나무, 상수리나무, 아까시나무 등을 심어 내화수림을 조성했다. 현재 경북 안동과 울산 산불 피해지에도 내화수림을 조성 중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이 연구를 추진하는 목적은 단기적으로 소나무림에 내화수림을 조성해 산불확산 저지 및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산불 피해지 복원을 위한 활엽수림(내화수종·소득수종 등) 생육 기술개발, 산불 피해 부산물을 활용한 자원 순환형 토양 개량제(바이오차, 우드칩) 효과 구명을 통한 내화수림 조성기술 확립이다.

새 매뉴얼에는 산불예방을 위한 ‘숲 가꾸기’ 관련 내용이 새롭게 포함된다. 앞서 전문가들도 산불 사전예방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화수림 조성 만큼 숲 가꾸기도 중요하다고 조언해왔다. 기후변화로 매년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특정 시기가 아닌 연중화되는 추세에 맞춰 산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숲 가꾸기는 솎아베기, 가지치기, 산물수집 등을 통해 강한 바람에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무성한 가지나 잎을 최소화함으로써 산림 내 연료 물질을 줄일 경우 수관화(樹冠火)로 진행되던 산불이 지표화(地表火)로 축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9년 동해안 산불 복구 내용도 포함 

지난 14일 오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해발고도 800m 한 야산. 2017년 5월 발생한 산불로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가운데 수백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아 숲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해발고도 800m 한 야산. 2017년 5월 발생한 산불로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가운데 수백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아 숲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해발고도 800m 한 야산. 2017년 5월 발생한 산불로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가운데 수백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아 숲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해발고도 800m 한 야산. 2017년 5월 발생한 산불로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가운데 수백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아 숲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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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관화란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빠르게 지나가는 산불을, 지표화는 낙엽 등 지표면에 있는 연료가 불이 타는 것을 말한다. 숲 가꾸기 효과로 산불이 지표화로 축소될 경우 지난해 4월 특허출원한 강 박사의 ‘산불 후 소나무의 고사 여부 진단예측방법’을 적용해 더 많은 나무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 매뉴얼에는 2019년 4월 속초·고성, 강릉·동해, 인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의 피해지 복구 사례가 추가됐다. 기존 매뉴얼에는 2005년 양양산불 피해지 복구 사례가 가장 최신 사례였다. 2019년 산불의 경우 올해 산불처럼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피해지를 복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덕하 산림청 산림자원과장은 “매뉴얼 보완을 위한 정밀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라며 “산불 피해지마다 지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매뉴얼로 복구하기엔 어려움이 많아 지역 여건에 맞게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자치단체, 주민, NGO 등과 지속해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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