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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헛발질하는 빙상연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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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픈레이스로 치러진 전국겨울체전 남자 1만m 일반부 경기 장면. [대한체육회 유튜브 캡처]

오픈레이스로 치러진 전국겨울체전 남자 1만m 일반부 경기 장면. [대한체육회 유튜브 캡처]

천천히 달리면 실격시킨다고 주의를 준다. 해외 훈련 중 생리대를 사러 간 선수에게 징계를 내리려 했다. 음주운전을 한 인사가 경기력향상위원회 이사를 지내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25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겨울체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일반부 경기 시작 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경기감독관이 갑자기 선수들을 불러모아 3분간 추가된 규칙을 설명한 것이다. 빙상연맹 이사인 A모씨는 선수들에게 '허리를 펴고 반 바퀴 이상 돌면 실격'이란 내용을 전달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원래 2명씩 조를 지어 경기한다. 인과 아웃 코스를 오가면서 기록을 측정하고, 모든 선수의 경기가 끝나면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그런데 전국체전 일반부 1만m 경기는 오픈 레이스로 열렸다. 2명씩 달리는 게 아니라 매스스타트처럼 한꺼번에 경기를 한 것이다. 선수들이 천천히 달리면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순위를 가리는 경기를 할까봐 '허리를 펴지 말라'는 규칙을 급하게 만든 것이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정이다.

실업팀 지도자 B씨는 "오픈 레이스로 열기로 전날 전달이 됐다. 하지만 허리를 펴지 말고 달리라는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처음 했다"고 말했다. 출전선수 중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도는 구두 설명으로 진행한 탓에 '허리를 펴지 말라'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기도 했다.

또다른 지도자 C씨는 "처음부터 오픈레이스로 진행하는 것도 이상하다. 올림픽에서도 2명씩 조를 지어 경기한다. 고등부는 정식으로 나눠서 경기를 했다. 1만m는 체력 소모가 커서 선수들이 경기할 기회도 많지 않다. 월드컵에서도 500m와 달리 모든 대회에서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일반 참가자 신청을 위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실제로 출전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올림픽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해 경험을 쌓는데 중요한데, 왜 오픈 레이스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은 해당 사항에 대해 항의를 한 지도자에게는 처벌을 내리려고 한다. 현장 규칙 적용에 대해 따지는 과정에서 "스케이트 타신 분이냐"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다. 빙상연맹은 25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A이사와 지도자 2명에게 사정청취를 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빙상연맹의 헛발질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선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여자 선수 일부가 러닝 훈련을 하던 도중 생리대를 사러 갔다는 이유였다. 끝내 징계위원회까지 가진 않았지만 해당 선수는 당혹감을 느꼈다. 대회 기간에 일어난 일이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선수 기록 관리 소홀로 스타트 순서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도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에 나선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은 감독 없이 집단 코치 체제로 꾸려졌다. 공모를 진행했지만 과거 징계 전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망한 지도자들을 모두 낙마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력향상위원회를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D이사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D이사는 선수들의 훈련 지원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소속팀 2개가 훈련여건 때문에 촌외훈련을 요청했으나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고 불허했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국제대회에서 개인적인 자격으로 출전하겠다는 선수들도 막았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D씨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윤홍근 빙상연맹 회장.

윤홍근 빙상연맹 회장.

한국 빙상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9개의 메달(금2, 은5, 동2)을 따냈다. 하지만 선수단 운영, 관리에서 미숙함을 자주 드러냈다. 2018 평창올림픽 이후엔 관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는 2년 3개월만인 2020년 12월, 빙상연맹을 관리단체에서 해제시켰다. 윤홍근 회장을 비롯한 신임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개혁 의지를 드러낸 덕분이다. 하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빙상연맹 지도부는 문제점을 쏟아내고 있다.

[정정 및 반론보도] <또 헛발질하는 빙상연맹>관련

본보는 지난 2022년 3월 24일자 중앙일보 21면(스포츠) 및 2022년 3월 23일자 인터넷 중앙일보 스포츠면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이 2월 25일 열린 전국겨울체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일반부 경기를 시합 하루 전 이례적으로 오픈레이스 방식으로 고지하고, ‘허리를 펴고 반 바퀴 이상 돌면 실격’이란 규칙을 급히 만들어 연맹 소속 A이사가 당일 선수들에게 고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여자 선수가 훈련 도중 생리대를 사러 갔다는 이유로 징계를 거론하고, 선수 기록 관리 소홀로 스타트 순서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도 있었으며,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인 D이사가 선수 훈련 지원에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전국겨울체전 1만m 남자 일반부 경기 방식은 오픈레이스로 진행됨을 3개월 전에 참가요강을 통해 고지되었고, 선수들에게 규칙을 고지한 것은 A이사가 아니며, 캘거리 월드컵 대회에서 연맹의 선수 기록 관리 소홀로 스타트 순서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대한빙상경기연맹 측은 “경기 당일 고지된 ‘허리를 펴면 실격’이라는 규칙은 오픈레이스에서는 당연하게 전제되는 규칙으로서, 심판이 선수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한 것이고, 월드컵 4차 대회의 경우 조직위원회에서 코로나 19 등 안전상의 이유로 선수단의 이동경로와 접촉 대상을 제한하는 요강을 발표하였기에 이를 위반한 선수들에게 경고를 준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D이사 측은 “본인이 베이징올림픽 출전 선수의 촌외 훈련 요청을 뚜렷한 이유 없이 불허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독단적 결정이 아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었고, 해당 선수를 배려하여 소속팀 코치의 훈련장 출입을 허가하여 지도를 도왔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국제대회에서 개인적인 자격으로 출전하겠다는 선수들을 막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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