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2020년 11월 소개팅·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B씨를 알게 됐다. 그는 메신저 등으로 대화하는 내내 재력을 과시했다. 며칠 동안 연락하며 친분을 쌓자 B씨는 “예전에 사용했던 채팅 사이트에 충전한 포인트가 곧 소멸하는데 여성만 환전할 수 있다”며 ‘대리 환전’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채팅 사이트 주소와 함께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냈다.
“대신 포인트 환전” 부탁에 1600만원 사기
해당 채팅 사이트에 B씨 명의로 6800만점(현금 6800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쌓인 것을 확인한 A씨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이트에 가입한 뒤 포인트 양도를 신청했지만, 계속 오류가 떴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신규 회원이 포인트를 양도받을 경우 추가 수수료로 30만원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는 “환전받으면 수수료는 물론 환급 비용의 절반을 주겠다”고 A씨를 설득했다.
A씨는 환전을 위해 ‘회원 등급 업그레이드’, ‘환전 신청’, ‘오류 재가입’ 등의 명목으로 총 1600만원을 결제했다. 수상함을 느끼고 B씨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이미 잠적을 한 상태였다.
소개팅·데이트 앱 등을 통한 ‘포인트 환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인천경찰청에 접수된 사기 피해자는 총 43명으로, 피해 금액은 3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에 이른다. 피해자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라고 한다.
대포통장 등 제공한 하부조직 적발
수사 과정에서 환전 사기 조직에 대포통장을 제공하고 현금 인출을 도운 국내 하부조직이 적발됐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포통장 공급 총책(41) 등 16명을 구속하고, 현금 인출책 7명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유령 법인이나 개인 명의로 개설한 대포통장 340여개를 메신저 사기 조직이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총책, 통장개설책, 인출책, 자금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범죄수익금 1억6600여만 원을 압수하고 450만원은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대포통장에 입금된 피해 금액 14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환전한 뒤 중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환전 사기 조직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소개팅·데이트 앱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비슷한 사기 피해자가 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