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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압박에 '몸 푸는' 벨라루스…CNN "조만간 참전 채비"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가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CNN은 22일(현지시간)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벨라루스 야권 관계자를 인용해 "벨라루스군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지난 20일 "벨라루스가 빠르면 1~2일 내에 침공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군인(왼쪽)과 벨라루스 군인이 지난달 19일 합동 군사훈련에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군인(왼쪽)과 벨라루스 군인이 지난달 19일 합동 군사훈련에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 피해 심해, 벨라루스군으로 병력 증원할 듯

벨라루스의 참전설은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만만치 않은 저항으로 전쟁이 한 달 남짓 이어지면서 러시아군 피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는 지난 2일 군인 498명이 전사했다고 했지만, 미국 관리들은 최소 7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본다. 그런데 전쟁은 4주 차에 교착 상태라서 병력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달 초 미국 국방부에선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에 참전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특별 작전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계속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벨라루스 외교관이 전부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22일에는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벨라루스 국가안보위원회가 벨라루스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을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CNN은 나토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벨라루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할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벨라루스 내부에서 참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22일 "벨라루스의 일부 지휘관은 참전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토군 관계자도 "루카셴코 대통령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FT는 "러시아에 정치·경제 의존도가 높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전 압박에 저항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1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1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 서쪽도 위험, 벨라루스 볼린 지역 진격 예상 

벨라루스와 접한 북쪽 국경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최단거리는 90㎞ 정도다. 키이우 주변은 러시아군이 거의 통제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벨라루스가 참전한다면 북서쪽의 볼린주(州)로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지역은 러시아군이 아직 진격하지 않고 가끔 공습만 하고 있다. 벨라루스군이 들어온다면 비교적 조용했던 우크라이나 서쪽도 위험해진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쪽에 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벨라루스가 참전한다면 북서쪽 볼린 지역(빨간선)으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글 지도 캡처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쪽에 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벨라루스가 참전한다면 북서쪽 볼린 지역(빨간선)으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글 지도 캡처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비교하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에선 바로 투입 가능한 벨라루스 병력을 약 4만5000명으로 보고 있다. CNN은 벨라루스 소식통을 인용해 "우선 수천 명의 병력이 배치될 것"이라고 했다. 내륙 국가인 벨라루스에는 육군, 공군만 있다. 군사력은 세계 52위로 뛰어난 편은 아니다. FT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보다 규모도 작고 전투 경험도 적다"고 했다. 그러나 프랑스 국방 전문가 프랑수아 헤이스버그 국제전략연구소(IISS) 수석 고문은 "러시아군의 막대한 손실을 고려하면 벨라루스군 참전 자체가 유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했던 벨라루스는 현재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돕고 있다. 22일 발표한 우크라이나 군 당국 작전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벨라루스 영토에서 최소 80차례 이상 공습했다. 또 벨라루스 군인 일부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고멜에 파견해 러시아군 장비를 수리하게 했다. 벨라루스 독립 매체 나샤 니바는 지난 17일 "한 병사가 부모님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군 시신 파편이 군 장비에 널려 있어 고통스럽다. 구토약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 병원에선 다친 러시아 군인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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