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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인수위, 돌아온 '피켓 만국기'…통의동의 '尹 인증샷'

중앙일보

입력

22일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맞은편 인도. 얼핏보면 만국기처럼 화려한 형형색색의 사진과 글씨로 꾸며진 피켓 수십개가 눈에 띄었다. 10여 명의 1인 시위자들이 진을 친 것이다. ‘사이버 피싱 범죄 관심 촉구’, ‘낙태 반대’, ‘영·유아 백신 접종 반대’ 등 주제도 다양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맞은편 도로에 1인 시위자들이 모여 있다. 나운채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맞은편 도로에 1인 시위자들이 모여 있다. 나운채 기자

지난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가 차려진 삼청동 한국금융원수원 앞에서 보였던 ‘인수위 1인 시위’가 10년 만에 나타난 것이다. 피켓은 달랐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우리의 얘기를 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내 말 좀 들어 달라” 10년 만의 인수위 찾은 피켓들

시민들은 윤 당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펜스에 몸을 기대며 오가는 사람들을 살피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인수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라”, “대기업의 중고차업 진출 철회를 촉구한다”는 요구를 쏟아냈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들어라’는 내용으로 개사한 노래도 들렸다. 청계천 색동벽화 관련 대기업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한 1인 시위자는 인수위를 향해 확성기를 들고 “사이버 범죄 전담청이 필요하다. 관심 가져달라”고 외쳤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쳐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도 기자회견을 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도 국민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선인이 장애인 권리 보장을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인수위에 전달되지 못해 내동댕이쳐졌던 당선 축하 화분과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안을 이날 인수위 관계자가 받아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 촉구 2차 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 관계자에게 장애인권리요구안과 축하 화분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 촉구 2차 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 관계자에게 장애인권리요구안과 축하 화분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수위 찾은 시민들, “나라 잘 만들길”

일부 시민들은 인수위 앞을 지나다가 잠시 멈춰선 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한 젊은 남성은 “여기가 거기가 맞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는 없었던 10년 만의 풍경이 생소하다는 눈치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70대 노부부는 펜스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부축해 온 부인은 “인근에 딸이 빵 가게를 하고 있다. 가깝기도 해서 (윤 당선인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남편은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라면서 “(당선인에) 바라는 것 없다. 그저 나라를 잘 만들어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인수위 건물을 살펴보던 30대 직장인 강모(32)씨는 “선거는 끝났고, 이젠 앞일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이모(78)씨는 “잘 될 거고, 잘 돼야 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구상이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힌 이날 시민들은 ‘통의동 시대’가 꽤 오래가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맞은편에 1인 시위자들이 모여 있다. 나운채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맞은편에 1인 시위자들이 모여 있다. 나운채 기자

尹 방문 식당 앞서 줄 선 시민들 ‘인증샷’

인터넷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윤 당선인이 찾았던 가게를 방문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윤 당선인은 “밥을 나누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며 인수위 인근 식당에서 ‘식사 정치’ 행보를 했다. 그가 방문한 한 가게 앞에는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윤 당선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통의동에서 50년가량 운영돼온 고깃집에서 일하는 A씨는 “많은 가게가 코로나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지 있지 않으냐. 인수위가 차려진 뒤 손님이 많이 찾아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소재 한 음식점에서 인수위 지도부와 함께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측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소재 한 음식점에서 인수위 지도부와 함께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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