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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난 윤멀관, 그가 윤핵관" 추켜세운 경선 갈등 해결사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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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과거 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었지만, 이제 ‘윤멀관(윤석열 멀어진 관계자)’이 됐습니다. 새로운 ‘윤핵관’은 이철규입니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강원 동해시 유세의 한 장면이다. 윤 당선인 도착 전 먼저 연단에 오른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동해-태백-삼척-정선 지역구 의원인 이철규 당선인 총괄보좌역을 ‘신 윤핵관’으로 소개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후보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고 신뢰하는 국회의원이 이철규”라며 “윤 후보가 이철규를 인간적으로 많이 부려먹어서 미안한 감정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좌역의 현재 위상이 고스란히 담긴 발언이다.

“신 윤핵관”…경선 승리 공신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2월 13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리인인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이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2월 13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리인인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이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신인 이 보좌역은 경찰 재직 당시 검사였던 윤 당선인과 안면을 텄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윤 당선인의 정치 입문 이후다. 이 보좌역은 같은 강원 출신인 원조 ‘윤핵관’ 권 의원의 추천으로 초창기 경선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선거에서 조직은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특히 당원 50%, 국민여론조사 50%를 합산한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 경선에선 누가 더 많은 당내 조직을 장악했는지가 승부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결과는 당원 투표에서 넉넉히 앞선 윤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이긴 홍준표 의원을 제치고 대선 후보가 됐다.

“경찰청 정보국장 출신으로 쌓아온 이 보좌역의 넓은 인맥과 원만한 성격 등이 조직을 담당하기에 최적임자였다”는 게 당시 캠프에 몸담았던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이 보좌역의 지역구는 지난해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가장 많은 지역 당협으로 꼽혀(당원배가운동) 당 지도부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보좌역에게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국민의힘 의원 12명에 대한 부동산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 중 한명이 이 보좌역이었다. 이 보좌역은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경선 캠프 본부장직을 내려놓은 뒤,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고 다시 윤 당선인 곁으로 돌아왔다.

대선 후보가 된 윤 당선인은 이 보좌역에게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란 중책을 맡겼다. 선거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고 대응하는 캠프의 야전사령관격 자리다. 하지만 한 달 뒤 이 보좌역은 선거 전략을 수립하고 지휘하는 당내 핵심 요직인 당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권 의원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3인방이 당 안팎의 견제로 인해 밀려나자 그 역할을 대신 맡은 것이다.

갈등조정자 역할…강원지사 출마 가능성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이 보좌역의 활약상이 외부에 드러난 건 지난 1월 권영세 당시 선대본부장과 홍준표 의원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였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개시를 앞두고 당내 ‘원팀’ 기조가 뒤흔들리는 중대 사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이철규 총괄보좌역(왼쪽), 장제원 비서실장(가운데)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이철규 총괄보좌역(왼쪽), 장제원 비서실장(가운데)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19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윤 당선인과 경선 경쟁자였던 홍 의원이 마주 앉았다. 당시 회동 말미 홍 의원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ㆍ보궐선거 2곳의 전략공천을 요구했고, 이에 윤 당선인 측은 “구태 밀실정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권 본부장은 홍 의원과 그의 측근들에게 잇따라 연락해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열흘 가까이 이어진 윤 당선인 측과 홍 의원 간의 갈등을 풀어낸 건 다름 아닌 이 보좌역이었다. 홍 의원과도 친분이 있는 이 보좌역이 권 본부장과 홍 의원 사이를 오가며 갈등 중재 역할을 자임했다.

결국 설 연휴 직전인 같은 달 28일 홍 의원은 자신이 만든 ‘청년의 꿈’ 홈페이지에 “화이부동(和而不同). 힘든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라는 글을 남기며 윤 당선인 지지 의사를 밝혔고, 권 본부장은“홍 선배가 당의 큰 어른이자 큰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제가 과한 표현을 썼다”며 사과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이 보좌역을 당선인 비서실에 배치했다. 3선 장제원 실장 바로 아래 자리다. 이 보좌역에 대한 윤 당선인의 신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다.

이 보좌역의 차기 진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당내에선 경찰 출신인 이 보좌역의 행정안전부 장관 입각설과 강원지사 출마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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