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사고 차만 팔게 될 것” “중고차 시장 재편, 올 게 왔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23 00:04

업데이트 2022.03.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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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기업이 ‘알짜 물량’을 독식해 생업을 위협할 게 뻔하다.” “이미 대기업이 여럿 진출한 상태다.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SK브이원(V1) 모터스’. 지난 2020년 조성된 중고차 매매단지로, 도이치오토월드와 함께 수원에서 가장 큰 중고차 매매단지다.

현대글로비스 오토벨 시화센터에 판매를 앞둔 차량이 전시돼 있다. 차량 구입을 원하는 딜러는 누구나 방문해 차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현대글로비스 오토벨 시화센터에 판매를 앞둔 차량이 전시돼 있다. 차량 구입을 원하는 딜러는 누구나 방문해 차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전날인 17일 오후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이곳의 중고차 거래상들은 “영세업자는 문제 이력이 있는 차만 떠안을 것이다” “올 것이 왔다. 이참에 경쟁력 업체만 살아남으면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등으로 반응이 갈렸다.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 거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 거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고차 매매 경력이 3년째라고 밝힌 한모씨는 “완성차가 매입 단가를 높여 결국 영세 사업자는 사고 이력을 가진 차량을 주로 떠안을 듯하다”고 우려했다. 심모 대표는 “지금도 케이카나 헤이딜러 같은 업체가 매물을 쓸어가다시피 한다”며 “영세 업체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상품성이 높은 중고차를 매입해야 수익성이 좋아지는데, 중고차 매입 단계부터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더욱이 현대차·기아 같은 신차 영업소에 가서 중고차를 떼 오는 딜러는 설 자리를 잃는다. 완성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 영업 루트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어서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특히 출고한 지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서 ‘알짜배기’로 통하는데 완성차 업계가 이를 독식할 것”이라며 “자금력이 부족한 다수의 영세 사업자들이 줄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의 반응도 있다. 중고차 매매업을 둘러싼 논란이 ‘구문’이어서다. 정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건 2013년이다. 이후 사업자 단체가 2019년 2월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을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하면서 3년간 논란이 이어졌다.

이준 뉴스탑모터스 대표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온다고 해서 당장 달라질 게 없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양명준 경기모터스 부장은 “(자신이 보유한 중고차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대기업 진출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도 “좋은 중고차를 후한 가격으로 매입한 뒤 적정한 시세에 매각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고 매매업체도 나름 체력이 단련됐다”고 덧붙였다.

엄밀히 말하면 중고차 시장엔 이미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 현재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 사업자인 케이카는 사모펀드를 대주주로 둔 사실상의 대기업이다. 또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중고차 딜러들의 찬반을 떠나 대기업이 진입함에 따라 중고차 시장이 더 투명해질 것이란 기대도 커진다.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선보인 ‘오토벨라이브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여기선 112가지 항목을 객관적으로 점검한 뒤 매물을 내놓는다.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오토옥션 역시 중고차 매매업자가 차량을 사고팔기 편리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매매업자 간 매물에 대한 정보 불균형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단 기대다. 다만,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의 출고·매입 시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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