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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내 이슈에 우크라 모금도 시들…“더 많은 관심과 지원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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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기부 행렬이 시들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국내 이슈가 부각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든 영향이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해변에 사람들이 모래 주머니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오데사 해변에 사람들이 모래 주머니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뉴스1]

국내 이슈에 시들해진 우크라 지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후 국내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자 하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 왔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후원 계좌를 안내하거나 기부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현지 숙소를 예약한 뒤 숙박비만 내고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착한 노쇼’(No Show) 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직접 개설한 후원 계좌에는 지난주까지 300만 달러(약 36억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난 9일 치러진 대선과 강원·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등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한 민간복지재단 관계자는 “재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에서 봉사를 하고 싶다는 문의도 많았는데 최근엔 뜸해졌다”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있는 마리우폴 극장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있는 마리우폴 극장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구호단체 모금 운동에도 차질

인터넷 이용자들의 우크라이나 관련 검색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검색량 지수는 51을 기록했다. 같은 날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의 검색량 지수는 각각 3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5일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검색량 지수는 윤 당선인보다 줄곧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국내외 구호단체들이 진행하는 모금 운동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한다.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4억원 이상의 성금이 모였지만, 국내 이슈 등으로 관심이 분산되면서 기부금이 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모금을 시작한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관계자도 “역대 긴급구호 캠페인 사상 가장 빠르게 모금이 진행됐지만, 지난 6~7일을 전후로 관련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 언급량이 줄면서 모금액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관련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초록색 선이 우크라이나 관련 검색량, 보라색 선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련 검색량이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우크라이나 관련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초록색 선이 우크라이나 관련 검색량, 보라색 선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련 검색량이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더 많은 관심과 지원 절실”

한편 외신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러시아의 침공 개시 이후 20일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서 242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21일 밝혔다. UNHCR은 지난 3주 동안 발생한 우크라이나발 난민이 3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구호 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민간인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구호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 긴급구호 캠페인을 시작한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과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 오는 6월 콘서트를 개최해 대형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망브리지 측도 오는 23일 약사와 한의사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폴란드로 파견해 일주일간 현지 구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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