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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억 베팅, 아마존 1위기업 인수한 정지선…대기업 리빙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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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그룹에 인수된 지누스의 매트리스. [사진 지누스]

현대백화점 그룹에 인수된 지누스의 매트리스. [사진 지누스]

현대백화점이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를 7747억원에 인수한다고 22일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현대백화점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지누스 창업주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경영권 포함)를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분 인수와 별도로 지누스와 인도네시아 제3공장 설립과 재무구조 강화를 위한 1200억원 규모의 신주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신주 인수까지 고려하면 인수액은 8947억원이고, 인수 뒤 지분율은 35.8%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주 인수 계약을 합하면 1조원에 가까운 규모”라며 “2012년 패션기업 한섬을 42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최대 금액”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에 본사가 있는 지누스는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호주, 일본 등에 진출한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회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1238억원, 영업이익은 743억원을 기록했다. 매트리스 매출이 전체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며 해외 매출이 97%다. 세계 최초로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한 뒤 상자에 담아 배송해주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30%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온라인 매출이 전체 중 80%에 이른다. 지누스 이윤재 회장은 회사가 인수된 이후에도 지분 일부를 계속 소유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직원 고용을 100% 보장하고 기존 임원들도 경영에 참여하게 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유통 대기업이 온라인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W컨셉을 인수한 뒤 첫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온라인 유통 쪽에서는 후발 주자”라면서도 “상품기획(MD) 능력이 좋기 때문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모델들이 메타버스 쇼룸 체험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현대백화점]

지난해 11월 서울시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모델들이 메타버스 쇼룸 체험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현대백화점]

리빙사업 온라인 유통 강화 위한 포석

현대백화점 측도 이번 인수는 지누스가 온라인 기업이라는 점에서 유통·패션·리빙·식품 등 계열사별 전문 온라인몰을 육성한다는 e커머스 전략과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지누스의 아마존 채널을 이용하면 세계 가구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은 지난 2019년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을 고려해 온·오프라인 사업을 통합적 관점으로 보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사업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인수로 리빙 분야 사업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리바트와 현대L&C 등 리빙 부문 계열사와 협력해 지누스의 취급 품목을 매트리스 외에 거실과 홈오피스, 아웃도어 등 일반 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사업 부문 매출은 3조6000억원 수준으로 커진다.

수년 전만해도 리빙 분야는 현대와 한샘, 까사미아 3파전 구도였다. 그런데 신세계가 2018년 까사미아를 사들이고, 롯데가 지난해 한샘을 인수하면서 백화점 대기업들이 리빙 분야에서도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됐다. 한 중소업체 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자들이 집안을 꾸미는 데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인테리어 가구 시장 매출이 성장했다”며 “대기업이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고 해도 일단 국내 시장부터 선점하려 하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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