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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이‧보브‧지컷 키운 신세계, 델라라나‧일라일로 토종 패션 브랜드 확장

중앙일보

입력

신세계가 ‘토종 패션 브랜드 지키기’에 나섰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위기 때마다 쓰러지는 국내 패션 브랜드를 인수해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보브.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보브.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인 델라라나, 일라일 라인업을 강화한다고 22일 밝혔다. 고객 취향을 실시간 반영할 수 있는 텐먼스, 브플먼트 같은 온라인 전용 여성복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패션업계에는 ‘망한 브랜드에 투자하기보다 새 브랜드를 만드는게 낫다’는 불문율이 있다”며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하고 주저할 때 역발상의 인수합병(M&A)으로 미래를 준비하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업계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국내 패션 브랜드를 인수했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엔 여성복 보브(VOV)를 인수했다. 중성적인 이미지의 유니섹스캐주얼 브랜드로 출발한 보브는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 위기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보브를 인수한 후 세련된 도시 여성 이미지의 여성 캐쥬얼 브랜드로 재단장했다.

보브는 1998년 이후 누적 매출액 1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대표 여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금융위기로 국내 패션업계가 또다시 휘청이던 2007년엔 지컷(GCIT)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23억원에 불과했던 지컷의 지난해 매출은 500억원을 넘었다.

2011년 인수한 톰보이도 매출 효자다. 2010년 7월 최종 부도 처리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해 ‘스튜디오 톰보이’로 재단장했다. 지난해 스튜디오 톰보이 매출은 1000억원이 넘었다.

스튜디오 톰보이.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스튜디오 톰보이.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시 국내 패션업계 살리기에 나섰다. 델라라나, 일라일라 인수에 이어 온라인 브랜드인 텐먼스, 브플먼트를 출시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여성복 브랜드만 6개다. 위기 때마다 인수했던 토종 브랜드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1조4508억원, 영업이익은 920억원이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보다 매출 1.8%, 영업이익은 8.9% 늘었다.

지난 1월 보브, 지컷, 스튜디오 톰보이 등 국내 여성복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 해외 패션 브랜드에 대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국내 패션업계가 더 힘든 상황”이라며 “자신만의 색을 가진 토종 패션 브랜드가 많아져야 국내 패션업계가 부흥할 수 있는 만큼 토종 브랜드 육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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