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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교통공약만 100개가 넘는데...교통전문가 한명 없는 인수위

중앙일보

입력

 [현장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 장면. [국회 사진기자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 장면. [국회 사진기자단]

 '0명'.

 최근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실무위원 인선을 끝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 포함된 교통전문가 숫자다. 교통 분야가 포함된 인수위 경제2분과는 인수위원 4명에 전문위원 9명과 실무위원 8명 등 모두 21명으로 꾸려졌다.

 IT(정보통신) 전문가, 부동산·주택 전문가들이 여럿 포진했지만 정작 교통 분야는 전문가는 물론 교통 분야를 오래 담당해온 관료조차 한명도 들어있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당시 100여개가 넘는 굵직한 교통 관련을 공약을 발표했다. 수도권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기존 노선의 연장은 물론 D·E·F 등 새로운 노선의 건설을 약속한 게 대표적이다.

 또 부·울·경 등 지방대도시권에도 GTX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오랜 기간 지역에서 요구해 왔던 경인선 철도(구로~인천역), 경부선 철도(당정~서울역), 경원선 철도(청량리~도봉산), 경부선 철도(화명~부산진역) 지하화 등도 약속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GTX 노선망. [자료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GTX 노선망. [자료 국민의힘]

 항공분야에선 ▶가덕도 신공항 조기추진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추진 ▶제주 2공항 건설 등을 공약했다. 광역권별로도 광역철도와  도로 등 다양한 공약이 들어있다. 택시와 버스,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UAM(도심항공교통)과 자율주행 등에 대한 내용도 있다.

 공약 하나하나가 주민 생활과 부동산 가격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내용들이다. 특히 GTX는 정차역만 언급돼도 순식간에 아파트값이 치솟을 정도다.

 철도 지하화도 만만치 않다. 지하화에 투입되는 예산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지상구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개발할지도 계획이 쉽지 않아 그동안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현안이다. 각각의 사업에만 조 단위의 돈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있다.

 도민 의견이 반쪽으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제주 2공항 등도 쉽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민심이 팽팽하게 나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처럼 민감하고 굵직한 교통 현안과 공약이 산적한 상황에서 인수위에 이를 제대로 정비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교통전문가나 교통 분야 관료가 없다 보니 벌써부터 학계와 관계에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제주 2공항도 도민 여론이 나뉘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제주도]

제주 2공항도 도민 여론이 나뉘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제주도]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현재도 교통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인수위에 교통전문가 한명 없이 공약까지 제대로 정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관료는 "(인수위가) 교통이 국민 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며 "교통 관련 전문가나 관료를 단순히 기술자로만 인식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자문위원에 교통 전문가 등 필요한 분들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문위원 위촉 상황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과 달리 자문위원의 역할 범위가 그리 좁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례를 보면 인수위의 중심은 역시 인수위원과 전문위원들이다. 자문위원은 그 명칭만큼이나 역할과 권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결국 이대로라면 인수위는 사실상 교통전문가가 한명도 없는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만큼 교통공약의 실현과 현안 해결도 시간이 더 걸리고 경우에 따라 더 꼬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인수위 구성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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