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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캐나다 국적 버리고 입대 34세…그의 부친은 최진석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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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남(34)씨는 늦깎이 입대를 앞두고 있다. 22일에 육군 제39 보병사단 신병 교육대로 입소하라는 통지서를 받은 상태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군복무엔 사연이 있다.

22일 군입대하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 교수의 장남 최도남씨

22일 군입대하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 교수의 장남 최도남씨

그는 지난해까지 캐나다 시민이었다. 군에 들어가려고 캐나다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되찾았다. 그리고 받은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이 나왔다.

이발소에 머리를 깎으러 가기 전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최씨는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전혀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니 기대하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13살 때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왔고,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했다. 미국 하와이 1심 법원의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다. 2020년 가을 18년의 해외 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에 살면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살면서 단 한 번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4년 전 국적을 놓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떳떳한 한국인이 되려면 병역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다시 받았을 때 “느낌이 약간 이상하기도 했지만, 너무 기뻤다”는 그다.

그런데 최씨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장남이다. 최 교수는 노장(老莊) 철학의 대가로 유명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경력도 있다. 최진석 교수는 최씨의 국적 회복에 대해 “옳은 일”이라고 격려해줬다고 한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는 재판연구관을 그만두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최씨는 “아버지는 집안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셨고, ‘공부하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 내가 공부하기를 기다려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 번역가로 활동하며 생활비를 벌면서 학업을 이어가 지난해 12월 졸업장을 받았다. 최씨는 “법을 공부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는데, 그 답을 찾으려면 철학을 배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22일 군입대하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 교수의 장남 최도남씨가 미국 아메리칸대학 로스쿨을 졸업할 때 찍은 사진이다.

22일 군입대하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 교수의 장남 최도남씨가 미국 아메리칸대학 로스쿨을 졸업할 때 찍은 사진이다.

최씨는 입대준비에 대해 “나보다 한참 어린 동기들과 함께 뛰어야 하는 데 체력이 달리면 안 될 것 같아 꾸준하게 달리기를 해왔다”고 웃었다. 그리고 “어느 나라나 군대는 계급사회기 때문에 연배가 낮은 간부의 명령에 따르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군 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제대 후 철학 공부를 계속해 박사학위까지 받는 게 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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