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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 1번녀냐""2번녀 티낸 전소미" 괜한 머리채 잡힌 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치인트(치즈인더트랩)는 2번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5년 만에 후속편이 나오는 인기 웹툰에 대해 SNS에 이런 글이 게시됐다. 주인공 커플에 대해 느닷없이 ‘2번남·2번녀’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웹툰 주인공들이 이번 대선에서 2번 후보(윤석열 당선인)를 뽑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욕하면서 2번을 뽑았을 것 같다”는 등  만화 캐릭터를 대선에서의 1·2번 선택과 연관지어 평가하는 댓글이나 게시물이 이어졌다.

‘치즈인더트랩’의 후속편의 경우, 한 대기업의 고급 가전제품 브랜드의 마케팅과 연관돼 화제가 됐다. 거기에 두 주인공이 명문대 경영학과 졸업생이고 남자 주인공은 재벌2세라는 점을 지목하며 이들이 커플이 대선에서 ‘2번’을 찍었으리라는 논리를 펴는 식이다.

웹툰 연재 예고에…느닷없이 등장한 1·2번 갈라치기

SNS에 웹툰 '치즈인더트랩' 주인공 캐릭터들의 지지 후보를 추측하는 글들이 올라와 팬들의 빈축을 샀다. [트위터 캡처]

SNS에 웹툰 '치즈인더트랩' 주인공 캐릭터들의 지지 후보를 추측하는 글들이 올라와 팬들의 빈축을 샀다. [트위터 캡처]

“2번을 뽑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웹툰을 안 본 것”이라는 반박이나 “여자 주인공은 1번을 뽑았을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은 보수를 지지하겠지만, 이번에는 1번을 뽑았을 것 같다”는 등의 게시글이 이어졌다. 대선에서 진보·보수 진영의 후보를 표현했던 ‘1번’과 ‘2번’이 만화 속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된 것이다.

5년 만에 후속편을 예고한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 [사진 네이버 웹툰]

5년 만에 후속편을 예고한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 [사진 네이버 웹툰]

이들은 여자 주인공이 여성으로서 진취적 삶을 살아온 점에서 ‘1번녀’일 거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반면, “웹툰을 웹툰으로 보라”거나 “피곤하다”고 응수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옷차림·하트 색깔로 지지 후보 추론

‘1·2번 갈라치기’는 대선 기간에도 논란이 됐다. 온라인에서 연예인의 SNS 게시물이나 옷차림 등을 트집 잡아 ‘1번남’·‘2번녀’ 등으로 몰아가는 식이다. ‘투표 완료’라고 적어 SNS에 게재한 가수 전소미는 글 배경이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2번녀’로 지목됐다. 이에 가수가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니 붉은색 배경이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가수 전소미는 빨간 배경을 뒤로 하고 '투표 완료' 인증글을 올려 '2번녀'로 지목되었다. 이후 전씨는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고 찍어 빨간 배경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 게시글을 올렸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가수 전소미는 빨간 배경을 뒤로 하고 '투표 완료' 인증글을 올려 '2번녀'로 지목되었다. 이후 전씨는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고 찍어 빨간 배경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 게시글을 올렸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빨간 슬리퍼를 신었다는 이유로, 몬스타엑스 멤버 민혁은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2번남’으로 지목돼 비난을 받았다. 배우 정호연은 숫자 1이 쓰인 종이가 바닥에 붙어 있는 곳에 서서 청바지를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해 기호 1번 이재명 후보 지지자로 분석됐다. 사진 속 1번은 정호연이 프랑스 파리에서 루이뷔통의 ‘FW 여성 컬렉션 패션쇼’에서 첫 번째로 나서는 모델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었다.

대선 끝났지만, 여전히 남은 ‘감정’

배우 정호연은 인스타그램에 1번 위에 선 사진을 올려 1번 후보 지지자로 지목받았다. [정호연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정호연은 인스타그램에 1번 위에 선 사진을 올려 1번 후보 지지자로 지목받았다. [정호연 인스타그램 캡처]

전문가들은 선거를 거치며 고조되었던 감정이 여전히 남아 유명인이나 캐릭터 등에 투영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1번과 2번으로 나눠졌던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를 연예인 등에 대리해서 풀어내려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적과 아군을 나누며 구태를 반복하는 정치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연예인·웹툰 캐릭터에 ‘갈라치기’가 적용되는 현상을 “분노가 아직 가시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박빙이었고 그야말로 이재명 후보의 ‘석패’였기에 그만큼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응수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미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싸울거리’는 계속 생겨날 것인데 여야가 각성해서 갈라진 유권자들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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