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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G2 균열 내는 러시아…'멸콩 논란'속 尹 정부의 항로는?[Law談-권경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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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연료 저장고를 파괴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폭격은 미국과 서방에 대한 경고다. 러시아는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과 만약 개입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을 각오하라는 경고를 보냄으로써 우크라이나 침공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지난달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다정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당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중·러가 공유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다정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당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중·러가 공유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전략적 이해는 무엇일까. 첫째,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저지하고, 러시아와 NATO 사이의 ‘레드 라인(Red line)’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안보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다.

둘째, 카자흐스탄과 조지아의 남오세티야 등 지정학적 단층 지대 국가들에 친러 정부의 후견자로서 언제든 군사적 개입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미·중 G2 체제의 국제 패권 질서를 미·중·러 G3 체제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 일극 체제가 약화하고 중국이 급부상하는 격랑의 한복판으로 뛰쳐 들어가 미·중 G2 체제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주거지역의 주택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주거지역의 주택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EPA=연합뉴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도 신자유주의 국제금융경제 질서의 한계가 노정됐다. 유로존까지 강타한 2008년 금융위기로 가장 극적인 운명적 비극에 맞닥뜨린 나라가 우크라이나였다. 미국의 양적 완화로 밀려드는 달러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부채를 짊어진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의 지원과 러시아의 지원 사이에서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겪으며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합병당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980년대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의 신중한 대외 정책에서 벗어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사업을 통해 유라시아를 하나로 묶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확산되는 권위주의 경제개발 모델도 개발도상국에 부채 증가를 결과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러시아는 베트남과 라오스 등 전통적 동맹국들 및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왔으며, 지정학적 단층선에 있는 완충지대, 특히 권위주의 정부들에게 러시아도 정치·군사적 후견국이 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유라시아에서의 역할 확대와 강대국 패권을 복원하고자 한다.

중국과의 연대없이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가 관철될 수 없다. 중국의 주된 전선은 태평양이다.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제1도련선(일본 오키나와~필리핀~믈라카해협) 안으로 묶어두고 역내 패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쿼드(QUAD: 미·일·인도·호주 4자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영·호주 안보협의체) 등의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북중국해에 수시로 군사적 전개를 펼치지만, 신장위구르 지역 넘어 서쪽 유라시아까지 군사적 행동을 전개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카자흐스탄에 대한 군사적 전개를 펼치면서 대서양 전선을 쳐서, 미국과 NATO에게 두 개의 전선을 감당할 능력을 실험하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만과 태평양 방어를 용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미국 백악관 지하 지휘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 백악관 지하 지휘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처음부터 NATO군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이례적 공표의 전략적 의도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국으로서는 미·중 전략경쟁에 걸린 이해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앞서기 때문일 테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등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경제협력 규모와 수준이 높은 독일 등 NATO 회원국들도 유럽 전역으로의 확전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미국과 NATO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한의 무기와 인도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지연시키면서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금융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세계 경제 질서에서 퇴출시켜 봉쇄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시진핑 주석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화상 통화 형식으로 대화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돕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협박을 받아들여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은 러시아를 도울 것인가. 북·중·러의 권위주의 체제를 한 축으로 하고 미국과 서방과 인도 태평양 지대까지를 포괄하는 다른 한 축이 대립하는 신냉전 세계질서가 구축될 것인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기의 사상가’ 애덤 투즈는 그의 저서『붕괴(Crashed)』에서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14년 우크라이나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대해 갖는 의문과 놀라운 유사점이 있다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벤 버냉키가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라고 표현한 ‘신자유주의’의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는 막을 내렸고 ‘보호주의’의 반세계화(deglobalization)’ 세계질서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를 한 축으로 하고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대를 다른 한 축으로 하여 분리되는 블록경제의 냉전 질서가 구축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서 얻을 이익과 유럽과 미국 시장을 유지해서 얻을 이익 사이의 균형을 찾는 모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을 국제경제 질서에서 퇴출시키거나 철저한 경제 봉쇄를 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제1대 수입국(17.8%)이자 제3대 수출국(8.6%)이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들인다. 중국이 탈(脫) 달러화를 지속한 결과 2019년에 미국 국채 제1 보유국의 지위를 일본에 넘겨주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미 국채를 부양하고 있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격화돼도, 미·중의 무력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전망이 확고했던 것은, 이러한 ‘금융 공포의 균형(Balance of financial terror)’이었다. 그 공포의 균형은, 아직은, 여전히 작동한다. ‘금융 공포의 균형’가 무너질지, 언제 어느 축으로 기울어져 무너질지도 알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전 서초동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전 서초동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제1대 교역국은 중국(수출 25.8%, 수입 22.5%)이고 제2대 교역국은 미국(수출 14.5%, 수입 11.9%)이다. 한국의 수출의 20%를 반도체가 차지한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신정부는 이러한 미지의 격랑 속을 ‘가치 외교’와 ‘국익 외교’의 균형을 유지하며 항해해야 한다. ‘멸콩(멸치와 콩) 논란’을 일으켰고 ‘사드 추가 배치’를 약속한 바 있는 윤석열 정부가 과연 새로운 항로를 어떻게 개척할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Law談 칼럼 : 권경애의 로-노마드(law-nomad)

대한민국의 헌법 및 법률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 철학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자유와 정의의 역사 및 법적 가치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이해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법적 상상력은 무엇인지 사유하고자 합니다.

권경애 변호사.우상조 기자

권경애 변호사.우상조 기자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한국관광공사 법무팀장/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활동/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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