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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활용모델 ‘장제스 기념관’?…대만선 정권따라 우여곡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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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중정기념당 외관. 대만의 휘장인 청천백일기와 난징의 중산릉을 본따 푸른색 기와와 흰색 본관으로 디자인했다. 신경진 기자

대만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중정기념당 외관. 대만의 휘장인 청천백일기와 난징의 중산릉을 본따 푸른색 기와와 흰색 본관으로 디자인했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07년 대만 천수이볜 총통이 바꿔 단 국립대만민주기념관 편액. 지난 2008년 촬영했다. 2009년 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집권하면서 중정기념당 편액을 다시 복원했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07년 대만 천수이볜 총통이 바꿔 단 국립대만민주기념관 편액. 지난 2008년 촬영했다. 2009년 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집권하면서 중정기념당 편액을 다시 복원했다. 신경진 기자

"장개석(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의 경우 기록관에서 자동차 등이 공개됐던 것으로 안다."

21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 청와대 본관 활용방안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오는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청와대를 시민에게 완전히 개방하면서 본관은 역대 대통령 기념관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대변인은 “기록관이든 기념관이든 박물관이든 온 국민이 (과거 대통령을) 기록하고 새기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대만의 장제스(蔣介石·장개석) 기념관은 통칭 중정(中正)기념당으로 불리는 타이베이(臺北)의 랜드마크다. 전 대만(중화민국) 총통 장제스(1887~1975)가 심장병으로 숨지자 집권 국민당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그해 6월 중정기념당 건립을 결정했다. 중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孫文)의 묘인 난징(南京) 중산릉과 중화민국의 휘장인 청천백일기에서 따온 푸른색과 흰색으로 설계했다. 1976년 착공해 5주기인 1980년 4월 4일 준공했다.

중정기념당 본관 전시실에는 장제스의 생전 집무실과 전용 승용차,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76m 높이의 주 건물은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세웠다. 중국 대륙을 바라보는 설계다. 주건물 디자인은 베이징의 천단(天壇)과 광저우(廣州) 중산기념당의 팔각 지붕을 참고했다. 본관에는 6.3m 높이 21.25t의 장제스 동상이 자리한다. 뒤에는 “윤리, 민주, 과학”이라는 장제스의 유훈이 새겨져 있다.

이를 둘러싼 공원 전체 면적은 25만㎡로 현재 청와대 전체 면적과 비슷하다. 특히 매시 정각마다 삼군의장대 교대의식을 진행하는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윤석열 인수위 측이 중정기념당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역사 기념물과 관광 명소로서의 가치를 청와대 국민 공원이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중정기념당이 민진당과 국민당 정권을 오가며 명칭이 뒤바뀌는 등 대만 내 이념 충돌의 사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타이베이 중정기념당에 자리한 장제스 동상. 장제스 동상 철거를 주로하는 중정기념당 개조계획이 올해 확정될 예정이다. 신경진 기자.

대만 타이베이 중정기념당에 자리한 장제스 동상. 장제스 동상 철거를 주로하는 중정기념당 개조계획이 올해 확정될 예정이다. 신경진 기자.

2000년 집권한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정부는 중정기념당에서 장제스 지우기에 나서 2007년 ‘국립대만민주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1987년 39년간의 계엄령이 해제된 뒤 현재 자유광장으로 불리는 기념당 앞 광장에서 각종 민주화 시위가 열렸던 사실 등이 근거가 됐다. 중정기념당 편액과 입구 패루(牌樓)에 걸려있던 장제스의 또 다른 이름을 풀어쓴 ‘대중지정(大中至正)’ 문패도 떼고 ‘민주광장’으로 바꿨다.

대만 타이베이에 세워진 중정기념당 전시실에 장제스가 생전에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이 전시되고 있다. 신경진 기자

대만 타이베이에 세워진 중정기념당 전시실에 장제스가 생전에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이 전시되고 있다. 신경진 기자

그런데 2008년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이듬해인 2009년 다시 이름을 중정기념당으로 회복하고 편액도 복원했다. 단 광장 패루의 문패 ‘대중지정’은 복원하지 못했다.

2016년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분위기는 또 바뀌었다. 2020년 재선에 성공한 민진당은 행정원(정부) 산하에 ‘정의촉진이행위원회(정의위원회)’를 세워 장제스 총통 동상 철거를 핵심으로 한 중정기념당 개조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지난해 발표된 계획안 초안에 따르면 이름을 다시 ‘권위주의 반성 역사공원’으로 바꾸고 장제스 동상을 철거하며 장제스 유물 전시실 배치도 대폭 바꿀 계획이다. 정의위원회는 개조 계획안을 올해 확정한 뒤 행정원에 넘길 예정이다.

때문에 인수위가 대만 내 첨예한 이념 대결의 현장인 중정기념당을 언급한 건 논란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역사성이 한국과 전혀 다른데다 미·중 갈등의 핵심 현안인 대만을 인수위 대변인이 언급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면서 “(기록관 조성과 관련해) 역대 대통령 평가가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단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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