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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효과낮다" 보류한 그 약…먹는 치료제 새로 들이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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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머크앤드컴퍼니)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연합뉴스.

MSD(머크앤드컴퍼니)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중 미국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의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를 국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라게브리오의 효과가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보다 떨어진다고 보고 국내 사용 승인을 미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팍스로비드 물량이 달리는데다 약물 특성상 고령층 가운데는 팍스로비드를 쓸 수 없는 환자가 많다.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이 떨어지면, 팍스로비드 처방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에게 처방될 전망이다.

중대본 "금주 중 MSD 라게브리오 10만 명분 도입"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21일 오전에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머크사의 치료제 라게브리오 10만 명분을 금주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MSD와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 구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당장 사용할 수 없다. MSD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했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식약처는 늦어도 24일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라게브리오는 리보핵산(RNA) 유사체로,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복제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앤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RNA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RNA 유사체인 라게브리오가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제 기능을 못해 사멸하게 된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와 같은 알약 형태로,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하루에 4정씩 2회, 닷새 동안 총 40정을 복용해야 한다.

신장·간 기능 저하자에 활용…팍스로비드 대체재 기대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에 비해 치료 효과가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말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을 승인하면서 라게브리오는 '치료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승인을 보류했다.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30% 수준이라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다. 반면 팍스로비드의 효과는 88%로 나타나 이 약을 먼저 승인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라게브리오의 효능에 대해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작년 12월 긴급사용승인을 할 때 당시 입원 또는 사망의 비율을 30% 정도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보고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입원을 46%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며 "인도에서 최근 시행한 임상 3상 결과에서는 (입원을) 65% 정도 줄인다는 정보가 있다"고 설명했다.

팍스로비드는 지난 1월 14일부터 국내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투약 대상은 60세 이상, 면역저하자, 40세 이상 기저질환자다. 하지만 병용 금기 의약품이 28종에 달하고, 신장·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투약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을 보류했던 정부가 3개월만에 입장을 바꾼 건 라게브리오가 팍스로비드보다 처방이 쉬워서다. FDA에 따르면 라게브리오는 병용 금기 약물이 없다. 기저질환으로 다른 약을 복용 중인 환자에게 처방 가능하다. 식약처는 "환자 폭증에 따라 팍스로비드나 렘데시비르(주사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고위험 경증~중등증 환자들에 대한 추가 선택지로서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국가감염병임상위원회에서는 병용 금기 약물이나 신장·간 장애 때문에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없는 환자들 대상으로 라게브리오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현장에서는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자인데도 협심증약, 통풍약 등 병용 금기 약물을 다수 복용하는 탓에 의사도, 환자도 투약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사 입장에선 신약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해야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환자는 부작용을 걱정한다. 정 청장은 "고령층의 경우, 신장 기능이 떨어지신 분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팍스로비드) 처방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면서 "팍스로비드의 대체재로서 라게브리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MSD의 '라게브리오'. 연합뉴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MSD의 '라게브리오'. 연합뉴스.

팍스로비드, 2주 뒤 소진 가능성…하루 평균 5000여건 처방

팍스로비드 사용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팍스로비드 사용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부가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과 도입을 서두르는 또다른 이유는 확보한 팍스로비드 물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재택치료자 폭증으로 팍스로비드 처방량이 크게 늘어,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 빚어졌다. 방역 당국은 일주일 전에만 해도 "지역이나 사용기관별로 일시적으로 재고 편차가 발생해 재고 부족이 있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확보한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처방량 증가 추세를 보면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팍스로비드 물량은 약 16만3000명분으로, 선구매량(76만2000명분)의 약 21% 수준이다. 현재까지 8만7000여명에게 투약됐는데, 이 중 절반 가량(3만9494명)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처방받았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다. 현 추세로는 남은 물량인 7만6000여명분은 2주 이내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팍스로비드 도입 일정을 앞당기고, 추가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 청장은 "이미 계약한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도 3월 말에 도입을 추진하겠다"면서 "추가적인 물량 확보에 대해서는 지금 계속 화이자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팍스로비드 9만5000명 분은 4월 중 도입할 예정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팍스로비드든 라게브리오든 빨리 제때에 써서 위중증·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위험군에 대한 감염 조기 진단과 적시 처방이 중요하다고 했다. 치료제만 제때 투약돼도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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