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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당선인 ‘재계 핫라인’ 약속하자 김기문 회장 “MB 땐 잘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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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재계 수장들의 오찬 회동은 당초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겨 148분간 진행됐다. 그만큼 윤 당선인과 재계의 ‘첫 만남’이 훈훈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경제 6단체장 비공개 148분 오찬, 어땠길래 #노동·연금 개혁 현안부터 인재 양성도 거론 #자리 배치, 발언 순서 놓고 ‘정보전’도 치열

이번 오찬 행사는 초반 30여 분만 공개되고 이후엔 비공개였다. 참석자들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식사 후 커피 타임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이때는 윤 당선인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과 김은혜 대변인만 함께했다.

김기문 “MB 콜백 너무 늦어” 尹 “꼭 다시 전화”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기탄없이 의견을 전해 달라”며 단체장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언제든 이들과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실시간으로 재계 의견을 수렴해 경제·산업 정책을 챙기겠다는 의미다.

김기문 회장이 이에 “이명박(MB) 전 대통령 때에도 핫라인이 있었으나 (기업인들이) 전화를 잘 안 했다”며 “광우병 사태 때는 직접 연결이 안 됐고, 나중에서야 (대통령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할 말이 없었다”며 옛 일화를 전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업무 중이라 못 받을 때도 있겠지만 시간이 있을 때 꼭 다시 전화를 걸 것”이라고 답했다. 김 회장은 2007~2015년에도 중기중앙회장을 지냈다.

대학 교육 혁신도 화제 올라 

윤 당선인은 민간 주도의 혁신형 성장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만 하겠다”며 “그렇게 하면 스스로 투자하고 성장해서 자연스럽게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교육 문제를 이슈로 올렸다. 참석자들은 “윤 당선인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가 적재적소에서 양성되지 않고 있는데, 경제계에서 잘 제언해줘야 대학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꼭 필요한 과제로 중장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재계가 한목소리로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이 가혹하다”를 주장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윤 당선인이)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용 부회장 사면은 거론 안 돼 

재계의 주요한 관심사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 등은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MB 사면과도 연계된 데다 조만간 있을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 등에서 결정할 일인 만큼 재계 차원에서 언급을 피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후 소속단체 구성원과 회동 내용을 공유하면서 “윤 당선인이 생각보다 기업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앞으로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새 정부에서 친기업 정책이 나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리 배치, 발언 순서에도 신경전 

한편 이번 오찬에선 ‘자리 배치’에도 관심이 쏠렸다. 문재인 정부에서 줄곧 ‘패싱’(배제) 당하던 전경련 측이 이번 행사의 ‘연락 창구’ 역할에 나섰다가 대한상의 등이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서로 견제하면서 ‘막후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 터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 회장, 최진식 중경련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장제원 비서실장. 김상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 회장, 최진식 중경련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장제원 비서실장. 김상선 기자

그러나 당선인 측은 보통 상석으로 꼽히는 당선인 건너편에 장제원 비서실장과 김은혜 대변인을 앉혔다. 당선인 좌측에는 최연장자인 손경식 회장이, 우측에는 최태원 회장이 자리했다. 허창수 회장은 최 회장의 우측에 앉았다.

몇몇 경제단체 관계자는 “자리 배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을 우려했는지 당선인 측에서 이날 오전에야 배치를 알려주더라”고 전했다. 이 와중에 ‘정보전’도 치열했다. 대한상의는 대관업무 담당자를 통해 전날 밤 최 회장이 당선인의 우측에 앉을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자리 배치는 발언 순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체장들은 손 회장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앉은 순서대로 발언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리 배치나 발언 순서가 경총 회장에 이어 중견련 회장 순으로 진행되고 상대적으로 무협 회장이 뒤로 밀린 건 의외였다”면서도 “당선인 측 실무자들은 일부러 기존 단체 서열을 따르지 않으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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