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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KT·CJ ENM의 1000억 혈맹…‘OTT 2등 싸움’ 물밑 계산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2022.03.21 18:37

업데이트 2022.03.21 19:50

티빙 역대 주간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한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사진 티빙

티빙 역대 주간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한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사진 티빙

KT와 CJ ENM이 ‘콘텐트 혈맹’을 맺었다.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이하 스튜디오지니)에 약 1000억원 규모로 지분을 투자한다. 콘텐트 개발·제작·유통 등을 양사가 함께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선 대기업 두 곳의 혈맹 전략에 사뭇 다른 해석이 나온다.

무슨일이야

21일 KT는 CJ ENM과 콘텐트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 KT]

21일 KT는 CJ ENM과 콘텐트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 KT]

KT와 CJ ENM은 21일 콘텐트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CJ ENM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스튜디오지니 지분을 얻게 된다. 스튜디오지니는 KT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다. CJ ENM은 스튜디오지니가 지난해 8월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유치한 전략적 투자자(SI)다.

왜 중요해

티빙 vs 웨이브의 ‘2등 혈투’ : 2등 싸움이 치열한 국내 OTT 시장에서 대기업 두 곳이 손을 잡았다. 이 시장 1위 넷플릭스가 매년 수천억 콘텐트 제작비를 투입하며 멀찍이 앞서간 가운데, 남은 OTT들은 2등 자리를 놓고 다퉈왔다. CJ ENM의 티빙, SK텔레콤과 지상파3사의 연합 OTT인 웨이브가 대표적.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OTT 월 실사용자(MAU)는 넷플릭스 1245만명, 웨이브 488만명, 티빙 407만명, 쿠팡플레이 339만명, 디즈니플러스 189만명, KT 시즌 156만명, 왓챠 127만명 순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티빙과 시즌이 협력하면, 웨이브를 딛고 2위에 오를 수 있다.

● OTT가 만든 역전 : OTT는 CJ ENM 같은 전통적인 콘텐트 기업과 통신사의 관계를 뒤집었다. 이번 양사의 협력은 이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적 플랫폼 기업인 KT가 콘텐트를, 콘텐트 기업인 CJ ENM이 플랫폼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서로 협력했다”며 “콘텐트 산업의 상황 변화로 기존 관계가 역전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OTT 앱 실사용자(MAU)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OTT 앱 실사용자(MAU)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KT는 왜?

KT는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꾸준히 콘텐트 제작을 해왔다. 지난해 하반기엔 첫 오리지널 콘텐트인 ‘크라임 퍼즐’을 내놨다. 하지만 ‘한방’은 없었고, 반전을 시도하기에도 힘이 달렸다. 오리지널 콘텐트를 시즌과 IPTV, 위성채널(올레TV, skyTV)에서만 유통해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KT 관계자는 “CJ ENM이 가진 tvN, OCN 등 주요 채널과 티빙이란 유력 OTT를 통해 KT의 콘텐트 유통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다”며 “1000억원의 투자로 콘텐트 제작에 필요한 ‘총알’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하반기 첫 오리지널 콘텐트 '크라임 퍼즐' 을 내놨다. [사진 KT]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하반기 첫 오리지널 콘텐트 '크라임 퍼즐' 을 내놨다. [사진 KT]

CJ ENM은 왜?

콘텐트 경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CJ ENM은 스튜디오지니가 가지고 있는 지식재산권(IP)을 기대하고 있다. 스튜디오지니는 스토리위즈(웹툰·웹소설 등 기획·제작·유통), 밀리의 서재(독서 플랫폼), 지니뮤직(음원 스트리밍)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다양한 원천 IP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CJ ENM은 스튜디오지니의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해 1000억원의 투자규모를 결정했다.

CJ ENM 관계자는 “이번 MOU로 KT스튜디오지니가 보유한 다양한 IP를 확보한 만큼 tvN, OCN 등은 물론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트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업계 1위 유선방송사업자인 KT가 보유한 시청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콘텐트 관련 분야에 공격적 투자를 벌이는 가운데 KT가 CJ ENM과의 협력으로 대책을 모색한 셈”이라며 “CJ ENM으로서도 OTT 간 구독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즌과 KT의 IPTV 가입자 규모가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미디어·콘텐트 그룹사 지배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KT미디어·콘텐트 그룹사 지배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서 뭘 같이 하나

CJ ENM과 KT는 미디어·콘텐트 분야 전반에 걸친 공동 사업을 키울 예정이다. 우선 주요 경영진이 대표 위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사업협력위원회를 만들고, 드라마 등 콘텐트를 공동 기획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대작을 내놓는 게 목표다. 콘텐트, 음악, 웹소설·웹툰 등 각 사업 분야별 경영진이 위원회에 들어간다. 이를 기반으로 음원 사업도 협력한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 미디어 사업을 위한 공동 펀드도 조성한다. KT의 오디오 플랫폼 지니뮤직, CJ ENM이 올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버추얼(가상) 스튜디오 등을 활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글쎄…”

두 회사의 협력을 바라보는 OTT 업계의 해석은 회사측 주장과 좀 다르다.
KT의 시즌 정리하기? : OTT 업계에서 시즌은 MAU 감소 추세 등으로 볼 때 존재감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대규모 사용자가 필요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2등도 살아남기 쉽지 않다보니, 이번 협력도 KT가 유력 플랫폼과 콘텐트 협력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KT는 시즌 키우기보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끌어 들이기에 힘써왔다”며 “시장에선 KT가 장기적으로 시즌을 티빙에 넘겨주고 자체 콘텐트 제작을 정리하려는 수순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시즌 사업 정리는 없다”며 “이번 협력은 OTT 산업이 아닌 콘텐트 교류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CJ ENM의 관심은 마케팅? : KT 자회사에 1000억원을 쏟은 CJ ENM의 계산에 대한 업계의 해석도 CJ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김용희 교수는 “CJ ENM으로선 KT와의 협력을 통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처럼 KT 통신 결합상품을 통해 OTT 구독자를 넓히고 콘텐트 대가도 얻는 걸 노려볼 수 있다”며 “이 모델의 성공 여부에 따라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 등 타 IPTV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KT가 보유한 콘텐트 IP 자체보다 마케팅을 염두에 둔 투자란 해석이다. 넷플릭스가 콘텐트 제작에 연간 8조원, 그중 5000억원을 한국에 투입하는 환경에서 CJ ENM 1000억원 투자 효과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정희 교수는 “1000억원이란 규모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지분투자는 회사 간 업무 협력의 가장 강력한 약속 수단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투자 규모는 상황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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