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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의미가 있나" 6인→8인 늘려도 분노한 자영업자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거리두기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번 완화로 사적모임은 기존 6명에서 8명까지 가능해진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거리두기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번 완화로 사적모임은 기존 6명에서 8명까지 가능해진다. 뉴스1

“문제는 시간 제한이에요. 요즘엔 손님들도 감염 우려에 6인, 8인처럼 여럿이 모이지 않아요. 모임 인원을 늘려도 매출과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죠.”

서울시 건대입구역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하는 홍성근(59)씨는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안이 “의미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모임이 자취를 감춰서 사적 모임 인원을 늘리는 게 매출 회복에 실익은 없다는 거다. 홍씨는 “요새는 4인 이하 손님이 주 매출 고객”이라고 했다.

정부가 21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하는 거리두기 조정안을 시행했지만, 자영업자들의 사이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매출과 직결되는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11시로 유지돼서다. 이들은 인원 확대보다 영업시간 제한 해제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원 제한 완화…의미 없다”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주간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확대된다. 오후 11시까지인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가. 연합뉴스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주간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확대된다. 오후 11시까지인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가. 연합뉴스

서울 신촌의 대학가에서 24시간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4)씨도 “2명 늘린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대학가 특성상 밤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후 11시 제한이 걸려있으니 누가 저녁 먹고 1~2시간 공부하러 카페에 오겠냐”며 “요새도 매달 1000만원씩 적자”라고 했다.

‘2차’ 모임을 주로 하는 술집에서도 “인원 제한 완화는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종각에서 10년째 장사를 한다는 양모(37)씨는 “작년 말에 24시간 영업이 가능했을 때는 코로나19 전으로 매출이 회복됐었다.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뛴 수준이었다”며 “시간제한이 생기고 술집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중구에서 바를 운영하는 양모(54)씨는 “저희는 특성상 2~3인 소규모 모임이 많아 인원 제한이 풀리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자영업자 단체는 정부의 방역대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 논의를 시작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자총연합(코자총) 공동대표는 “2차로 가는 술집, 먹자골목 사장님들은 실망이 크다”며 “영업시간 제한 철폐 등 완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규탄 대회를 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완화되는 거리두기…‘기대·우려’ 공존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 입구에서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 입구에서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완화된 방역지침을 보는 시민들은 의견은 엇갈렸다. 장기화한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우려하는 이들이 공존해서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대학 친구들은 한 번 볼 때 모임 규모가 크다”며 “인원 제한이 풀려 8명 넘게 모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윤성은(27)씨는 “4인 제한이 있었을 때도 회식을 하려고 했는데 완화됐으니 무조건 모일 것 같아 걱정된다. 주변에서는 확진자가 속출한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마음 한 켠에서는 시간제한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술을 계속 마시다가도 오후 11시면 집에 갈 수 있어 편했다”고 했다. 대학원생 김시은(27)씨는 “하루에 몇십만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면 확산세를 통제하는 건 이미 실패한 것 같다. 풀려면 제대로 풀어서 경제를 살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거리두기 완화돼도, 모임은 자제하길”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방역조치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완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외국에서는 오미크론이 확산될 때 방역을 완화한 나라가 없었다”며 “백신접종율과 낮은 치명률에 너무 의존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건 거리두기 완화가 아니라 확진자가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라며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시민들께서는 자발적으로 모임과 회식을 자제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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