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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체 셀수도 없다" 폐양식장 잔혹 살육…20대는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에 갇힌 고양이 사체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확인하고 수습하고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2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에 갇힌 고양이 사체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확인하고 수습하고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21일 새벽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 야심한 시각 물이 모두 빠진 양식장 바닥에서 한 무리의 사람이 손전등을 들고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었다.

2m 이상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수조에는 손전등 불빛을 피해 달아나는 고양이가 여럿 보였다. 뛰어다니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동물 사체도 눈에 띄었다. 카라 활동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가죽이 벗겨지거나 토막난 고양이 사체들이었다. 사체는 원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한 쪽에서는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는 가스버너와 물통·바구니 등도 발견됐다.

카라 활동가들은 이곳에서 살아 있는 고양이 8마리를 구조했다. 나머지 고양이 사체는 최소 5마리에서 최대 7마리로 추정된다. 사체 훼손이 심해 정확한 피해 개체 수를 파악하기 힘든 상태다.

이들이 새벽에 버려진 양식장을 급습한 것은 ‘폐양식장에서 누군가 고양이를 죽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서다. 시간을 지체할 경우 살아 있는 고양이까지 모두 죽을 수도 있고 고양이를 죽인 흔적을 모두 치워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에 갇힌 고양이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발견한 모습.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2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에 갇힌 고양이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발견한 모습.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카라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의 제보로 고양이를 이곳에 가둬놓고 학대한 20대 남성 A씨를 만날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자백을 했다”고 전했다.

고양이가 갇혀 있던 폐양식장은 출입구가 없이 2m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벽이 안쪽으로 굽어 있어 고양이가 들어갈 수는 있지만 빠져나올 수는 없는 구조다. 카라에 따르면 A씨는 폐양식장 안에 고양이 사료 등을 놓아두는 방식으로 굶주린 고양이를 유인하거나 아예 직접 포획하는 방식으로 고양이를 이곳에 가둬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 폐양식장은 고양이 학대 흔적이 모두 정리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고양이가 처참하게 죽어 있는 현장을 확인하고도 가해자로 지목된 A씨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다”며 “A씨가 자백을 한 만큼 조사를 시작해 강력 처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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