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재차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 분리하겠다는 검찰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약 50일 남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미완의 개혁과제’를 완수하겠다고 하면서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친(親) 문재인 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오수 검찰총장도 반대 의견을 보인 만큼 검찰개혁을 둘러싼 신구 권력간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정책위의장, “검찰 개혁 조기 완성 당 의지 강해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계적 추세에 맞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을 조기에 완성할 필요가 있다는 당 의지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 당선인의 ‘수사 지휘권 폐지’, ‘검찰청 예산 독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무력화 내지 폐지’는 다시 검찰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아직 50여일 남아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해 검찰의 권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검찰개혁 법안의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처리 방침을 밝혔다. 그는 “최초 검찰 출신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함으로써 검찰 개혁이 좌초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 21명은 지난해 5월 ‘특별수사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지난해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축소했지만, 이들 범죄도 별도 특별수사청이 수사하게 하고, 검찰에는 기소권과 영장청구권만 남기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앞서 지난해 2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21명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수진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산적했던 개혁 과제를 완수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라며 “검찰개혁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尹, 총장 물러나기 전날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런 움직임을 구체화해 밀어붙일 경우 윤석열 당선인 측과 충돌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검찰 수사권 박탈 움직임에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해 3월 3일에는 대구고검 및 지검 방문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두고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다음날인 지난해 3월 4일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후보 시절 발표한 사법개혁 공약을 통해서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 독립 편성과 같은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강화 방침을 밝혔다.
김오수 총장 역시 ‘검수완박’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그는 지난해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대해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깊은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하고, 국가의 반부패 대응 역량도 약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임기 말 여당의 검찰개혁 강행 움직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빌미로 검찰의 힘을 빼 현 여권에 대한 검찰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유를 검찰개혁 미완수로 보는 건 민의를 잘못 읽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