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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그윽한 매화 향기…가장 먼저 봄소식 전해요

중앙일보

입력

봄기운이 느껴지는 하루하루입니다.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驚蟄)도 벌써 지났어요. 외출을 해보면 바람의 온도가 벌써 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죠. 그래도 아직은 길가의 풀들만 살짝 초록빛을 띠고 있을 뿐 나무들은 잎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잎을 내기보다 오히려 꽃을 먼저 피워서 꽃가루받이 준비를 하려고 하죠. 이른 봄부터 잠에서 깨어 꿀을 모으기 위해 날아다니기 시작하는 벌들을 겨냥해서 얼른 꽃가루받이를 해내고 나중에 잎을 내서 광합성을 하려는 작전을 쓰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매실나무·회양목·산수유·개나리·목련·진달래·생강나무 등이 그들인데요. 그중에서도 매화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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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매실나무’가 정식 명칭입니다. 매실나무에 피는 꽃이라서 매화라고 하는 거죠. 흔히 꽃을 즐기기 위한 매화나무, 열매를 얻기 위한 매실나무라고 강조해서 부르기도 해요. 꽃은 흰빛에서 붉은빛으로 다양하며, 아주 진한 붉은색에 가까운 빛깔을 내기도 합니다. 꽃잎은 보통 5장인데, 꽃잎의 수가 5장인 경우 주로 장미과 식물로 분류합니다. 찔레·산딸기·살구·자두·사과 등 다양한 식물들이 매실나무와 함께 장미과에 속하죠. 꽃잎이 많아 여러 장 겹쳐 피는 경우 만첩매화라고 해요.

매화는 꽃이 활짝 필 때도 좋지만 피기 전 모습도 신기하고 예쁩니다. 자주색 꽃받침이 꽃잎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별 모양을 연상시켜서 관찰하는 재미도 있죠. 꽃이 진 자리에 생기는 열매 매실(梅實)은 어릴 때는 타원형이었다가 커지면서 동그래집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겨 먹고 민간요법으로도 많이 활용해온 식물이지요. 완전히 익기 전에 미리 따서 매실주를 담그거나 반찬으로 만드는 식이죠. 요즘에는 매실을 설탕에 재워 발효시키는 매실청을 많이 만들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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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뿐 아니라 꽃인 매화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늦겨울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향을 진하게 풍기는 꽃을 피운다고 해서 아치고절(雅致高節·고상한 기품과 높은 절개라는 뜻으로 매화를 비유한 말)이라 부르며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칭송했죠. 조선시대 유명한 학자인 퇴계 이황도 매화를 아주 좋아했다고 해요. 돌아가시기 전 유언으로 ‘매화 화분에 물 줘라’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살아생전에는 매화를 예찬한 시 107수를 짓고 그중 92수를 골라 『매화시첩』을 펴냈죠.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단일 소재 시집이라고 해요. 후세 사람들은 1000원짜리 지폐 주인공으로 퇴계 이황을 새기면서 선비의 상징 사군자 중 하나이자 그가 좋아했던 매화를 함께 넣었습니다.

매화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2월 말~3월 중순에 본격적으로 피어나죠. 대체로 남부지방에선 1~3월, 중부지방에선 3~4월 개화합니다. 그 곁을 지날라치면 향긋한 향에 저절로 걸음을 멈추게 되지요. 요즘에는 도심의 공원에도 매화나무를 많이 심어서 길가를 걸으면서도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매화나무 곁으로 다가가서 꽃의 향기를 한번 맡아보면 어떨까요. 굳이 바로 옆에 가까이 가지 않고 수 미터나 떨어져 있어도 싱그러운 향이 공기 중에 날려 오긴 하지만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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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향기라는 단어는 코로 맡는 물리적인 냄새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느낌이나 인품 등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관념적 단어이기도 합니다. 매화가 가진 매력은 많은 풀과 나무들이 서로 경쟁하듯 꽃을 피우는 따뜻한 때가 아니라 아직은 추운 초봄에 먼저 피어나서 진하면서도 맑은 향을 뿜어내는 것입니다. 실제 꽃의 생김새나 향기도 좋지만 다른 누구보다 먼저 행동하는 창의적인 면을 갖추고 있는 거죠.

우리는 자연과 함께해 온 시간이 아주 깁니다. 긴 세월 동안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이 가진 멋스러움을 닮고 싶어 하고 사랑해 왔습니다. 어찌 보면 인간은 자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고 할 수 있죠. 매화를 사군자의 하나로 삼은 것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요? 우리 주변에도 다양한 사건, 다양한 지식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기보다 나만의 시각으로 느끼고 행동해 보는 것도 좋은 삶의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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