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푸틴이 ‘무적’ 자랑했던 마하10 킨잘 미사일, 우크라에 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러시아군이 20일(현지시간) 첨단 전략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지역의 코스텐티니우카 인근 군용 연료 저장소를 파괴했다고 AP통신이 이날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킨잘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투입해 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의 미사일·항공기용 탄약 저장고와 지하 군수물자 저장시설을 공격했다.

CNN은 미국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실시간 추적 결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극초음속 미사일 한 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5000만~1억 달러(약 600억~1200억원)에 이른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관련기사

킨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3월 1일 개발을 직접 발표하며 “천하무적”이라고 표현했던 차세대 공대지 미사일이다. 킨잘은 최고속도 마하 10(시속 1만2000㎞)의 극초음속 비행과 회피 기동으로 기존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어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핵탄두는 물론 재래식 탄두도 탑재할 수 있으며, 초음속 전투기 미그-31K나 초음속 폭격기 Tu-22 등에서 발사된다. 발사 플랫폼에 따라 최대 사거리가 약 2000~3000㎞며, 1m의 오차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한 발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최신 전략무기까지 꺼내 들어 탄약고 같은 전술적 목표물을 타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두고 그만큼 전황이 다급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러시아가 서방에 전략무기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취리히 안보연구센터의 도미니카 쿠네토바 박사는 BBC에 “자국 무기체계의 위력을 과시하고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에 대한 신호”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예상외의 항전을 펼치면서 장기전에 접어든 러시아군이 신형 무기로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쿠네토바 박사는 “수십 대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킨잘까지 재래식 전투에 투입했다는 건 그만큼 러시아군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19일 “탄약고를 공격하는 데 그렇게 귀하고 고가의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구체적인 군사적 목표 달성보다 (러시아군의) 위력을 보여주려는 신호로 봐야 한다”며 “극초음속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는 것 외에도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재래식 무기의 재고가 부족한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16일까지 1080기가 넘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미군 당국이 추산했다. 군사 분석가 파벨 펠젠하우어는 AFP 통신에 “이렇게 장기전을 예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가 고갈되면서 첨단 미사일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군사평론지 DSI의 요세프 헤로틴 국방전략 연구원도 “이스칸다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부족하거나 핵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해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