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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부동산 민심은…"건물 각도까지 규제"vs"집값 폭등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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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참청사로 옮긴다. 연합뉴스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참청사로 옮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용산 인근 부동산 민심이 엇갈리고 있다. 보안상 이유 등으로 규제가 추가될 경우 진행 중인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와 주변 주거 환경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함께 나오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활용하고, 인근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공원화한 뒤 집무실과 연결할 방침이다. 용산 미군기지를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생태 자연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대선 이후 청와대 용산 이전 문제가 거론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컸다. 국방부 청사 인근에는 현재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158번지 일대)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의 정비사업 등이 추진 중이다.

1970년에 지어져 올해로 준공 52년을 맞은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의 경우 35층 주상복합 3개 동, 150실의 업무시설 1개 동으로 정비가 추진돼왔다. 158번지 일대도 재개발 후 지상 38층, 총 5개 동의 아파트 497가구와 오피스텔 388가구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이들 사업지는 준주거지역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된 상태이며, 고도 제한 규정은 따로 없다.

이 지역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가뜩이나 재개발 추진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제약이 더해지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조합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각지역 주변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지난 18일 국방부 청사 앞에 모여 대통령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탄 버스를 잠시 막아선 채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청와대 용산 이전 결사반대, 용산구 개발에 어떤 제한도 없음을 발표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18일 오후 서울 국방부 앞에서 삼각지역 아파트 주변 재개발을 위해 모인 해당 일대 주민들이 청와대의 용산 이전을 반대하며 국방부로 향하는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탑승한 버스를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국방부 앞에서 삼각지역 아파트 주변 재개발을 위해 모인 해당 일대 주민들이 청와대의 용산 이전을 반대하며 국방부로 향하는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탑승한 버스를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여론을 의식해 "용산지역은 이미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따른 제한이 지속했고, 그 가운데 재개발 등 각종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신축건물, 아파트 건설에 (기존 군사시설보호구역 제한을 넘는) 추가적인 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전 추진 과정에서 추가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 경호라는 특수목적상 초 인접 지역은 특별 관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명문화한 규정이 없다고 해도 건축 심의 등에서 제약 사항이 거론될 수 있다"며 "하다못해 건물의 각도와 같은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지자체나 정부의 허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통제나 규제를 최소한으로 하더라도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 등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개발 사업으로 용산 주민이 누려야 할 가치의 상당 부분을 제한받을 여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용산은 서울의 중심지이자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으로 복합개발을 통해 랜드마크로 개발할 필요가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개발 계획이 제한을 받게 된다면 용산 지역 전체 집값에 하방 압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호 문제에 따른 교통 체증, 빈번한 집회·시위 등으로 오히려 혼잡이 가중될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한강로 주변은 평소에도 교통 혼잡이 큰 곳"이라며 "대통령 이동으로 신호 통제가 이뤄지고 시위까지 일어난다면 교통 체증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를 한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 도로변에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를 한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 도로변에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하지만 주변 지역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군 기지의 반환이 빨라지고, 인근 국제업무지구·캠프킴 부지·용산가족공원의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용산가족공원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개발되면 용산 집값은 폭등 열차를 타게 된다"는 식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용산구의 숙원사업인 경부선, 경원선 지하화 등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방부 청사 인근 주거 환경 개선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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