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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페트병의 배신…"새 병보다 발암물질 더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국에서 수거된 페트병들이 재활용하기 위해 한곳에 쌓여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태국에서 수거된 페트병들이 재활용하기 위해 한곳에 쌓여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재활용한 페트(PET)병에 담긴 음료가 새로 만든 페트병 속 음료보다 화학물질 농도가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한 2차 오염 등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 브루넬데 연구팀은 전 세계 91개 기존 연구를 활용해 페트병과 화학물질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150가지 화학물질이 플라스틱 소재 병에서 음료로 녹아든 것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엘레니 이아코비두 브루넬대 박사는 "페트병 생산에 쓰는 촉매와 첨가물, 사용 중 발생하는 분해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화학물질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재활용한 페트병에 든 음료를 새 페트병과 비교하면 비스페놀A, 안티몬 같은 일부 화학물질 농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왔다.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비스페놀A는 과다 노출시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티몬 성분은 피부염,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페트병에 담긴 물을 먹고 있는 여성. AFP=연합뉴스

페트병에 담긴 물을 먹고 있는 여성.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유해 물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건 수집·분류·세척·파쇄 등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 탓으로 봤다. 투명·비투명 여부나 기존 용도와 상관없이 마구 수거하거나, 완전히 세척하지 않고 재활용 원료로 전환하는 방식이 화학물질 용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논문에선 재활용이 화학물질 수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활용 페트병 사용은 친환경 바람을 타고 확대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페트병에 최소 30%의 재활용 성분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음료 페트병을 다시 음료 페트병으로 만드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이 활성화된 편이다. 한국도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비율이 81%(2019년)에 달한다.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제가 지난해 말부터 전국 시행되는 등 재활용 관련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한 페트병 재활용 업체에서 작업자들이 재활용이 안 되는 이물질을 선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페트병 재활용 업체에서 작업자들이 재활용이 안 되는 이물질을 선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향후 페트병의 유해성을 줄이려면 재활용 공정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온·가스·화학 3단계의 세척 공정이 재활용 전에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버려진 페트병을 모을 때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제조업체는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담겼다. 이아코비두 박사는 "3단계 세척 기술에 투자하면 재활용 페트병의 오염 수준을 새 페트병과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궁극적인 해결책은 페트병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제 환경단체 IPEN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은 더 많은 유해 첨가물 문제를 일으키고, 기업들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면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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