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의 ‘국·영·수’에 해당하는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가까운 조응천 의원(비상대책위원)은 17일 CBS라디오에서 6·1 지방선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 의원은 “지금 민주당에서 출마하겠다는 분은 세 분 정도”라며 “경기도는 놓칠 수 없는 곳인데 정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에서 “경기도가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경기권 초선)라는 견해에 이견을 다는 이는 찾기 어렵다. 경기도는 전국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최대 광역지자체(20대 대선 선거인수 1143만3288명)인 데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난 대선에서 희망의 끈을 확인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전 지사는 정치적 고향인 경기에서 50.94%를 득표해 윤석열 당선인(45.62%)을 5.32%포인트 앞섰다. 민주당은 3월말 후보 검증과 4월 초중순 경선 투표를 거쳐 경기지사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조기 점화된 경기지사 경선…조정식·안민석·최재성·염태영 거론
이 전 지사를 대선 후보 경선부터 적극적으로 도왔던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5선의 조정식(시흥을)·안민석(오산) 의원은 최근 지역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출마 준비에 돌입했다. 대선 캠프에서 조 의원은 특임본부장을, 안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을 맡아 이 전 지사 지원과정에서 자신의 지지기반도 동시에 다졌다는 평가다.
수도권 3선 의원은 “조 의원은 넓은 대인관계와 정책 역량이 장점이지만 선수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게 약점일 수 있다”며 “반면 안 의원은 인지도는 높지만 잦은 설화 탓에 호감도가 낮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비(非)이재명계에선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21일 출마선언을 한다. 지난달 중순 시장직을 사퇴하며 출판기념회까지 마쳤다. 지난 대선 선거인 수가 100만 명이 넘는 경기도 최대 기초단체인 수원에서 세 차례(2010·2014·2018년) 시장을 역임한 게 그의 자산이다.
최근 서울 송파을 지역위원장을 사퇴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최근 주변에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한다. 4선 의원 출신인 최 전 수석은 남양주갑에서 3선을 지냈다.
다만 최 전 수석은 친문 색채는 정치적 기반이지만 문재인 정부 책임론이 부는 당내 분위기에선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염 전 시장은 수원시장 재직 시절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100만 명 이상 특례시 입법 등의 문제를 두고 이 전 지사와 편치 않은 관계로 알려져 있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최 전 수석은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 전 지사와 소통해 왔고, 염 전 시장도 최근 저서에 이 전 지사가 추천사를 써 줬다”며 “이 전 지사와의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尹정부 출범 3주 후 선거라 어렵다”…떠오르는 제3인물론
경기지사 주자 간 물밑 경쟁이 조기 과열되는 양상이지만 당 내에선 “이 전 지사의 경기 득표율을 근거로 ‘해볼 만하다’고 보는 건 안이한 생각”(경기권 초선)이라거나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등판하면 지금의 후보군으로는 어려울 것”(경기권 재선)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이런 위기감이 ‘제3인물론’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제3인물론은 20대 대선에서 이 전 지사와 단일화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등 외부 인사를 등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도 지난 15일 YTN라디오에서 “출마를 권유하신 분들이 제법 있다. 제가 (수원 소재) 아주대학교 총장을 했고 경기도에 거의 30년을 살았다”며 여지를 남겼다.
경기지사 선거가 달아오르자 이 전 지사의 ‘조기 등판’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17일 BBS라디오에서 “이 전 지사가 지원 유세를 하는 방식으로 지선에서 분명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선 “이 전 지사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첫 번째 시험대는 ‘경기도 사수’가 될 것”(경기권 재선)이란 말도 나온다.
정치컨설턴트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만약 이 전 지사가 ‘경기도 사수’에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당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기 좋은 환경”이라며 “반면 등판하고도 경기도를 빼앗기고 호남 3곳 수성에 그친다면 이 전 지사의 정치적 재기 플랜은 더 꼬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