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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키우는 '육식파', 채식주의 시작은 바로 이것 덕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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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성모(32)씨는 최근 채식주의(비건)를 시작했다. 가족 같은 반려견을 키우면서 동물을 먹는 것이 줄곧 마음에 걸려서다. ‘고기 마니아’인 성씨가 그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채식주의를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육을 사용한 음식이 많아져서다. 카페에서는 대체육으로 만든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팔고 대체육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도 있다.

어릴 때부터 우유와 치즈를 먹지 못했던 한모(41)씨는 얼마 전부터 유제품을 실컷 먹고 있다. 대체 우유를 발견하면서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한씨는 우유에 들어있는 젖당 분해가 잘 이뤄지지 않는 체질이다. 유제품을 먹으면 복부 팽만‧방귀‧더부룩함‧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요즘은 귀리우유‧코코넛 치즈 등을 자주 먹고 있다.

대체육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 [사진 심플미트]

대체육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 [사진 심플미트]

대체식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규모뿐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다. 고기부터 소시지‧우유‧술 등 다양한 식품을 대체하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대체식품의 선두주자는 ‘콩고기’로 알려진 대체육이다. 초기에는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서 만들었고 이어 식용 곤충을 대체육 재료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실제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도 등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6년 38억1700만 달러(약 4조6395억원)에서 지난해 53억4800만 달러(약 6조5004억원)로 커졌다. 한국무역협회는 2040년 세계 육류시장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육 시장 5년새 40% 성장 

식품업체들도 대체식품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비건 식품 브랜드인 ‘베지가든’ 사업을 시작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 식품에 접목했다. 오는 5월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포리스트 키친’을 선보인다.

구내식당에서도 대체육으로 만든 메뉴를 선보인다. 아워홈은 지난해 12월부터 대체육으로 만든 스테이크와 숯불향떡갈비, 육개장을 비롯해 버섯으로 만든 패티를 넣은 머쉬룸베지버거, 채소로만 만든 만두 등을 구내식당에 공급하고 있다. 대상은 배양육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배양육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에프와 함께 2025년까지 배양육 대량생산 설비를 갖춰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아워홈이 만든 비건 스테이크를 구내식당에서 배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 아워홈]

아워홈이 만든 비건 스테이크를 구내식당에서 배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 아워홈]

대체 우유 시장도 활발하다. 대개 귀리나 아몬드 같은 곡물이나 견과류에서 단백질‧지방을 추출해서 우유처럼 만든 음료다. 매일유업은 100%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로 만든 음료인 ‘아몬드브리즈’에 이어 지난해 귀리로 만든 ‘어메이징오트’를 내놨다. 어메이징오트의 지난 2월 매출은 지난해 8월 대비 3배 늘었다.

폴바셋에선 지난달부터 카페라테를 주문할 때 우유 대신 어메이징오트를 선택할 수 있다. 투썸플레이스에서도 우유 대신 귀리우유나 코코넛을 넣은 카페라테를 마실 수 있다. 글로벌 식물성 귀리음료업체인 오트사이드도 이달 국내 진출한다. 100% 호주산 청정 귀리와 인도네시아 반둥의 산의 샘물로 만들었다.

우유 대신 귀리·코코넛 활용

대체 치즈도 나왔다. 푸드테크 기업인 양유는 아몬드로 만든 밀크에 코코넛 오일을 활용한 코코넛 치즈를 내놨다. 양유 관계자는 “자연 치즈와 동일한 방식의 발효 과정을 거쳐 일반 치즈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영국에선 진 양조장들이 밀 대신 완두콩을 사용하고 있다. 밀을 증류하는 과정에서 대기‧수질 오염을 일으키는 질소가 발생해서다.

매일유업이 귀리로 만든 대체 우유인 '어메이징오트'. [사진 매일유업]

매일유업이 귀리로 만든 대체 우유인 '어메이징오트'. [사진 매일유업]

대체식품이 발달하는 데는 동물 복지나 환경오염 같은 윤리적인 영향이 작용한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업체들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고 나섰다. 예컨대 대체육을 사용하면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사육·도축할 필요가 없어 탄소 발생 절감 효과가 있다.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우유 같은 제품도 먹지 않으려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도 늘고 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250만명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배양육전문업체인 심플미트 정일두 대표는 “대체식품은 토양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물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이라며 “맛이나 향이 확 좋아지면서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어도 대체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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