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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준비 취준생이다"…'만취벤츠녀' 선처 호소하며 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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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연합뉴스

서울동부지법. 연합뉴스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젊은 여성이 일용직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피고인은 취업준비생에 불과하며 승무원 준비를 하면서 무직 또는 아르바이트로 전전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허일승) 심리로 열린 30대 여성 권모씨에 대한 2심 결심 공판에서 권씨 변호인이 한 말이다. 권씨는 지난해 5월 24일 새벽 2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LPG 충전소 앞 도로에서 지하철 2호선 콘크리트 방음벽 철거 작업을 하던 60대 A씨를 벤츠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받는다.

당시 권씨가 운전한 벤츠는 시속 148㎞로 질주하고 있었다. 제한 속도를 98km 초과했다.

게다가 권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88%의 면허취소 상태였다. 피해자 A씨는 병원 이송도 되기 전, 사고 10분 만에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건 이후 권씨는 ‘만취 벤츠녀’로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권씨는 지난해 11월 열린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참혹한 상태로 사망했으며 가해자는 피해자와 가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 음주운전 전력까지 있어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권씨는 앞서 2020년 4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1심 판결에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 등을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 법이 적용됐다.

1심 판결에 대해 권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다. 권씨는 “형이 무겁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 결심 공판에서 권씨 변호인은 권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아울러 권씨가 ‘벤츠녀’라고 불리며 부유한 것처럼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취업준비생으로서 경제적 여유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 등도 언급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생계를 걱정하면서 취업 전선을 두드리는 청년”이라며 “원래 오래된 중고 승용차 국산차를 타고 다녔으나 종종 무시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중고 외제 차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제 차는 감가상각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당분간만 타다가 다시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어 생활비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금전으로 배상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인으로부터 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권씨 본인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필로 써온 최후변론을 읽으면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면 저도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데 유가족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며 “저에게 주어진 형만 살면 죄가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고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겠다”고 호소했다.

권씨의 선고기일은 오는 5월 13일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한편 A씨 유가족은 권씨 측의 합의 요구를 강경하게 거부하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A씨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아버지 시신은 염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흰 천으로 몸을 덮은 채 얼굴만 보였다”며 “얼굴 또한 훼손이 심했으며 마지막 수의마저 입혀드리지 못한 채 보내드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를 납골당에 모시면서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며 “주변 흔적을 보며 주저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권씨의 처벌을 촉구했다.

1심 재판 당시 검찰은 권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는데, 이때 유족은 “구형 그대로 선고해 달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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