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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을 때마다 80만원…실손 1억 타낸 부부가 맞은 주사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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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요지경 보험사기 

감기나 피로회복, 미용 등을 목적으로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으로 불리는 비급여주사를 처방 받은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셔터스톡

감기나 피로회복, 미용 등을 목적으로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으로 불리는 비급여주사를 처방 받은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셔터스톡

60대 부부인 A씨와 B씨는 2015년부터 지난 5년간 실손의료 보험금 1억2500만원을 타냈다. C병원에서 귀울림(이명)과 구내염 등의 증상 개선을 위해 미슬토(면역주사)와 세포면역주사제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주사 처방을 받았다면서다. 이들 부부가 맞은 회당 23만원짜리 세포면역주사제는 보험사조차 자세한 성분을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이들은 해당 주사를 맞을 때마다 하루씩 C병원에 입원했다. 실손보험은 통원치료 1회당 20만~30만원까지 보장해준다. 이와 달리 입원치료는 보장 한도가 5000만원으로 훨씬 크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부부는 이런 방식으로 매번 40만~80만원가량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와 B씨가 처방받은 비급여 주사제는 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증상 개선과는 연관이 없는 고가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대형 손해보험사 D사가 영양제 주사 등 비급여 주사에 지난해 지급한 보험금은 1308억원으로 3년 전보다 283억원 증가했다.

영양제 주사가 만병통치약?

일부 병·의원은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으로 불리는 영양제 주사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고 있다. 서울 소재의 E외과의원은 손목터널증후군, 혈관염, 요추 추간판 탈출증, 대상포진, 뇌경색 후유증 등을 치료하면서 고가의 영양제와 태반주사 등을 놔줬다. 병명이 다른데도 동일한 소견서를 내주고, 이들 주사를 돌려가며 환자에게 처방했다. 환자들은 1회 청구 때마다 15만~20만원가량을 실손보험금으로 돌려받았다.

비급여주사 실손보험금 지급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급여주사 실손보험금 지급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을 영양제 주사로 둔갑시켜 실손보험금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서울 소재의 F내과의원은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장염, 감기 등으로 영양제 주사를 처방한 것처럼 꾸민 후, 미다졸람을 1회에 8만원가량을 받고 시술해줬다. 미다졸람에 중독된 환자가 주로 찾았는데 횟수가 가장 많은 장모씨는 842회나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병원에서 이렇게 나간 실손보험금만 1억4900만원이었다. 해당 병원 의사는 마약류 관리에 법률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다졸람은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반드시 급여로 청구하고, 국가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수면유도제 영양제로 바꿔 보험금 청구   

비급여주사의 또다른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과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다. 예컨대 마늘주사로 알려진 푸르설티아민 주사는 비타민B1 결핍증의 예방과 치료 등에 사용될 수 있게 허가를 받은 치료제다. 실상은 미백, 감기, 피로 회복, 면역력 강화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식약처는 2018년 의약품 안전사용 지침을 통해 “허가된 효능ㆍ효과를 벗어난 의약품 사용은 학문적ㆍ임상적 근거에 기초해야 하며, 미용 목적으로 해당 주사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새는 실손보험금을 막기 위해 제도를 손질했다. 지난해 7월부터 판매하는 4세대 실손보험은 영양공급, 피로해소, 노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영양제와 비타민 주사 등을 원칙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식약처 허가에 따른 효과를 보기 위해 치료받은 경우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예컨대 인후통으로 감초주사(교미노틴주)를 처방받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주지 않지만, 해당 주사의 효능인 피부질환 개선을 위해 시술받을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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