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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영의 별별영어] 스프링(spring)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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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호 35면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스프링(spring)’ 하면 저는 봄과 함께 용수철이 떠올라요. 소설과 영화로 알려진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에 나오는 새끼돼지 윌버(Wilbur) 때문이죠.

윌버는 사람들이 자신을 ‘spring pig’라고 부르자 용수철처럼 점프를 잘한다는 뜻으로 알았지만 이내 ‘봄에 태어난 돼지’로 크리스마스 전에 햄과 베이컨이 된다는 뜻임을 알게 돼요. 겨울에 눈을 못 본다니 슬픈 데다 농장 주인이 훈제 하우스에 대해 말하자 기절하고 맙니다. 그런 그에게 헛간 문틀에 사는 거미 샬롯이 친구가 되어 주고 돕겠노라 약속해요. 똑똑한 샬롯은 윌버를 칭찬하는 말을 거미줄로 써서 사람들의 주목을 끕니다. 인기가 높아지면 살 수 있을 거라면서요.

첫 번째가 ‘some pig’입니다. 그런데 some을 ‘몇 개의’ ‘어떤’ ‘불특정의’ ‘별것 아닌’ 정도의 뜻으로만 알고 있다면 이게 왜 칭찬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spring에 ‘봄’ 말고도 ‘튀어 오르다’ ‘용수철’ ‘샘물’ 같은 의미가 있듯이 some에는 반어적으로 생겨난 ‘멋진, 굉장한’이라는 의미도 있거든요.

이렇게 한 단어가 여러 의미를 가지면 ‘다의어(polysemous word)’라고 부릅니다. 의미상 관련 없는 단어들의 소리가 같다면 ‘동음어(homonym)’라고 하고요. 예를 들어 ‘야구 방망이’ bat와 ‘박쥐’ bat가 동음어죠. 얼핏 spring도 의미들 사이에 관련이 없는 동음어 같죠? 하지만 봄에 새싹이 나니까 솟아난다는 의미가 있고 어원을 공유하므로 다의어입니다.

다의어와 동음어는 어느 언어에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많은 단어가 다의어이며 동음어도 꽤 있죠. 저는 안중근 의사의 직업이 의사인 줄 알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의로운 일을 한 의사(義士)’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醫師)’처럼 한자어 단어에 동음어가 많지요

다의어와 동음어는 오해를 일으키거나 농담의 소재가 되곤 하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대부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의어 store가 동사 ‘저장하다’인지 명사 ‘가게’인지는 앞뒤를 살펴보면 알 수 있죠. 우리말의 다의어 ‘머리(신체부위, 지능, 머리카락)’나 동음어 ‘배(신체부위, 교통수단, 과일)’도 맥락을 통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알 수 있고요. 그래서 외국어를 잘하려면 하나의 단어가 다른 뜻을 갖거나 소리만 같은 다른 뜻의 단어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합니다.

새싹이 돋아나는 스프링엔 우리도 발에 스프링을 단 듯이 신나게 뛰어 볼까요?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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