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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추진 단지 상승세, 하락하던 아파트값 자극 우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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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호 14면

들썩이는 서울 재건축 

“대선이 끝나자마자 재건축 규제를 풀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가가 급등세입니다. 집주인이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고요.” 최근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165㎡(이하 전용면적)는 58억원에 계약이 이뤄질 뻔 했지만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한 만큼 집주인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이 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 오름세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대선 이후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불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압구정 일대를 비롯해 서울 대치·송파·여의도동은 물론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지의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급등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에 이어 0.02% 하락했지만, 강남권과 목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지역은 하락세가 멈췄다. 지난주 나란히 0.01% 하락했던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보합으로 전환했는데 하락세가 멈춘 건 각각 5주, 6주 만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시의 35층 층고 제한 폐지, 윤석열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 재건축아파트값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 전·월세 시장도 여전히 불안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건축아파트값 상승세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일반 아파트로 옮겨 붙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그동안 재건축아파트값이 오르면 일반 아파트값이 따라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 기대감에 호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다른 일반 아파트값도 상승해 왔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역대 정부가 서울·수도권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재건축시장을 콕 찍어 규제를 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윤석열 당선인이 대출 등 부동산 규제를 대거 걷어내겠다고 한 만큼 재건축아파트값 확산세가 일반 아파트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5를 기록, 지난주(87)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몇 년간 집값 급등의 원인이었던 주택 공급 부족, 전·월세시장 불안 등도 여전하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대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은 당연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와 폭에 따라 주택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다. 집값이 또 다시 들썩이면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도 좋을 게 없다. 특히 규제 완화가 더해지면서 집값 상승 폭이 커지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첫 단추 잘 꿰야

서울시가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 끝나는 서울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년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제 완화에는 공감하지만 개발 기대감으로 인한 급격한 집값 상승을 막는 것이 더 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이유로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의 급격한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본다.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대출 규제 등이 한꺼번에 풀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쳐 놓은 겹겹의 규제를 걷어내 시장을 정상화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한꺼번에 걷어내면 시장이 경착륙 할 수 있다”며 “금리 상승, 수급 상환, 집값 동향 등에 맞춰 적절히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속도조절이 자칫 문재인 정부 5년을 답습하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아파트값 상승을 막겠다고 접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재건축아파트값의) 단기적 상승은 어느 정도 허용하더라도 재건축을 물꼬를 터야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꽉 막힌’ 재건축이나 ‘거래 절벽’에 빠진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되, 집값 상승은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수’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 윤석열 당선인 측은 18일에도 “민생 현안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교체를 이룰 때 부동산 문제로 시름하던 국민의 고통을 직시하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당선인의 의지와 함께 부동산 정책을 밀도 있게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 별도의 부동산팀을 가동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지방선거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첫 단추가 어떻게 꿰어지는지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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