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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물러서자 분위기 풀렸나…"文-尹 조만간 회동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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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로 잡혔다가 무산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18일 제기됐다. 빠르면 19일이라도 회동 일정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동안의 사전 조율 과정에서 이견을 빚었던 한국은행 총재 등 인사 문제와 관련해 윤 당선인의 의견을 청와대가 수용해 회동 성사의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충남 천안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충남 천안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양측의 사전 실무 협상을 맡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8일에도 만나 추가 협의를 이어갔다.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협의에서 양측은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던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등의 인사와 관련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다.

특히 금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은 총재의 경우 임명이 가능한 후보들 자체가 많지 않아 실제로 양측간 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윤 당선인 측에선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이 차기 총재 후보로 많이 거론돼왔는데, 청와대도 이 국장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을 표출하지 않았다고 양 측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국장 외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이승헌 부총재 등도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19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19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관련 내용에 밝은 여의도 정치권 인사는 "지난 협의에서 윤 당선인 측은 ‘협의를 마친 인사들을 실제로 임명한다’는 취지의 ‘구체적 약속’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라고 반발했다"며 "특히 청와대는 당선인 측의 요구를 ‘사실상의 문서 계약서’의 의미로 해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오해와 갈등이 추가 협의 과정에서 일부 해소되면서 양 측이 "어쨋든 대통령과 당선인이 빨리 만나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 접근을 이뤄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열린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반 전 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열린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반 전 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같은 기류에 촉매제 역할을 한 건 이날 오전 나온 청와대의 발표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회동을 위해)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조율이 필요없다’는 발언과 관련에 대해 ‘협의 없이 만날 수 있다는 건지, 협의를 빨리 해달라는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양쪽 다 해당될 것”이라고 답했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인사는 “인사문제와 사면에 대한 양측의 갈등이 신·구 권력간 정면충돌이란 해석을 낳는데 대해 문 대통령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이라며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문제가 된 주요 인사 협의와 관련해 '윤 당선인의 뜻을 존중해 인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장이 공개된 직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에서의 만남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조속한 회동 제안과 별도로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당선인의 공약이나 정책,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SNS나 언론을 통해 의견을 언급하지 달라"고 주의를 줬다.

윤 당선인 측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는 글을 올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탁 비서관은 대통령의 지시 이후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정치권에선 "이르면 19일 양측이 회동 일정을 동시에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와 당선인측은 회동이 무산되는 상황에서도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으로 관련 사실을 알리며 보조를 맞춰왔다.

다만 지금까지 인사 추천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왔던 윤 당선인 측은 회동 가능성이 커진 이날 오후 “인수위 차원에서 어떠한 인사도 추천한 적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선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 네 번째부터)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 네 번째부터)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당선인의 일정과 상황 등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당선인이 당장 회동을 진행하자고 할 경우 주말이라도 회동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사전협의 마무리를 고집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당선인 대변인의 공식 반응에 이미 당선인의 긍정적 입장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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