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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고통"에 3차례 거리두기 완화…유흥업소만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적모임 제한이 6인에서 8인으로 조정된 1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8인 가능 안내문을 써 붙이고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오미크론 대유행과 의료대응 체계 부담, 유행 정점 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대폭 완화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영업 제한시간은 오후 11시로 유지된다. 뉴스1

사적모임 제한이 6인에서 8인으로 조정된 1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8인 가능 안내문을 써 붙이고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오미크론 대유행과 의료대응 체계 부담, 유행 정점 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대폭 완화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영업 제한시간은 오후 11시로 유지된다. 뉴스1

국내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가로 완화하기로 했다. 장기간의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커지고 국민의 일상이 불편해지고 있다면서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방역조치 완화에도 자영업자 등의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는 21일부터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6명에서 8명까지 늘리는 내용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은 현행대로 오후 11시까지만 허용된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 3일까지 2주간 이어진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오미크론 대유행과 의료 대응 체계 부담, 유행 정점 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대폭 완화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유행의 정점이 확인되지 않은 채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 큰 폭의 완화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권 장관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업 고통을 덜고 국민의 일상 속 불편을 고려해 인원수만 소폭 조정하는 것으로 격론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거리두기 조정이 국민 불편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번에는 자영업자분들을 위해서 (영업) 시간을 조정했다면, 이번에는 국민의 불편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소폭으로 사적모임만 6인에서 8인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2주 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했다면, 이번에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15주간 계속되고 있는 사적모임 인원 제한 부분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 한달간 세번에 걸쳐 방역 빗장을 풀었다. 지난달 18일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연장했고, 지난 4일 다시 11시까지로 1시간 연장했다. 이어 이번엔 사적모임 기준을 풀었다. 하지만 기대했던것처럼 자영업자 등의 생업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기일 제1통제관은 “운영시간 제한이 완화돼 23시가 되면, 상당히 매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좀 떨어진 상태”라면서 “신용카드 매출액을 보면, 1월에는 최대 9조6000억 원이 나왔고 지난주에는 8조243억 원 지출이 나왔다”고 말했다. 영업제한 시간이 오후 9시까지였던 1월보다 카드 사용량 등 지출은 더 감소했다. 그는 “(거리두기 완화 이후) 유통ㆍ음식점ㆍ여행 업종 모두 매출이 줄었다. 다만, 유흥시설 같은 경우, 이용액이 지난주보다 18.4% 늘었고, 2주 전보다 29.9%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확진자가 늘면서 이동량이 줄어들면서 매출액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국민 이동량은 직전 주보다 1.3%, 고속도로 교통량은 6% 줄었다.

18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연합뉴스

18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연합뉴스

방역 상황은 악화일로다. 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주이후 내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인구 당 확진자 수로 따져봐도 미국ㆍ영국 등 주요 국가 정점 때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쏟아진다. 사망자도 급증해 이달에만 3724명이 숨졌다. 정부는 이번 거리두기 조치는 최소한의 조정으로 확진자 정점이나 사망자 수 증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점 구간이 길어지고 있고, 사망자 수는 정점 이후 최대 한달가량까지 계속 증가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처방해 피해를 줄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민의 10% 가량이 격리돼 이동량이 줄면서 자영업자 매출 등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제는 거리두기 조정보다는 위험도 인식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방역 완화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정점으로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피해를 키울 수 있어 조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사망자는 4월 초중순까지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완화를 하더라도 대비가 필요하다”라며 “경구용 치료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처방하고, 의료체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현재 의료 상황이 심각한데도 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잘 관리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라며 “오늘 발표는 결국 거리두기나 방역은 손놓고 가겠다, 다수를 감염시켜 집단면역 달성하겠다는 얘길 에둘러 얘기한 것인데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준비 없이 국민들 희생을 전제로 집단면역 달성 실험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아직도 정점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하고 사망자는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구용 치료제 처방 기준을 완화하고 공급량을 확 풀어서 고위험군을 보호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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