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회동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14일 남대문 시장에서 점심을 먹은 뒤 닷새째 ‘식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과 당 지도부는 집무실에서 약 300m 떨어진 식당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윤 당선인과 정 부의장은 육개장을,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냉면을 주문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이 대표 등에게 “선거 운동을 하느라 너무 고생하셨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정 부의장은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법이 국회 국토위에 계류 중인데, 빨리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윤 당선인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고 한다. 참석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정부가 출범하면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자주 열겠다.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꼭 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식사가 마무리될 때쯤 윤 당선인이 “조만간 이 멤버로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날 테이블에서는 “차기 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국회 협력과 여야 협치가 필수”라는 공감대도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당선인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18일 기준 국민의힘 의석수는 110석이고 더불어민주당은 172석으로 사상 초유의 여소야대 구도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회가 하는 일과 행정부가 하는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국정의 중심에 의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늘 상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과 당이 만나는 ‘당당 회동’”이라며 “앞으로 당선인은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원활한 협조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 수 있도록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 운영 전반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점심은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식사 정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14일 남대문 시장을 찾아 꼬리곰탕을 먹었고, 15일 경북 울진 산불피해 현장을 찾은 뒤 짬뽕을, 16일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등과 김치찌개를 먹었다. 17일에도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특별위원장, 박주선 취임식 준비위원장과 이탈리안 식당에서 식사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에 대해 “‘혼밥’(혼자 식사)하지 않고 식사 자리를 중요한 소통 창구로 삼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회동했다. 반 전 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언급하며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강이 중요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아주 나빠졌는데,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서 인접국으로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윤 당선인은 정치 선언 직후인 지난해 7월 15일에도 반 전 총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