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빵 사려 줄섰던 美시민 총격 사망…"영안실 시신 가방 동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침공 22일째인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폭격이 이어지며 미국 시민 한 명이 또 사망하는 등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군의 고정밀 무기 부족이 민간인 피해를 키울 거란 경고도 나온다.

불길에 휩싸인 하르키우 바라바쇼보 시장. [로이터=연합뉴스]

불길에 휩싸인 하르키우 바라바쇼보 시장.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기존 점령지에 발이 묶인 채 대규모 폭격을 통해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고정밀 미사일 등 무기의 부족을 겪어 민간인 사망자 급증이 우려된다”고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선 러시아군 포격으로 2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SNS를 통해 “러시아군이 포격한 곳은 메라파 마을의 학교와 문화 센터였다”며 “부상자 중 10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르키우 시내에 있는 동유럽 최대 규모의 시장인 ‘바라바쇼보 시장’도 폭격을 받아 불길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소방관 1명이 숨졌다고 현지 당국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하르키우에 남은 관이 없어 영안실에서 시신을 수습할 가방, 임시 수습용 비닐이라도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당국은 개전 이후 적어도 25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영안실 등에선 인력 부족으로 통계 작성을 중단한 상황이다. 확인 가능한 시체 가방의 번호가 1125번에 도달했다고 WP는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주거지역의 주택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주거지역의 주택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EPA=연합뉴스]

벨라루스 국경과 인접한 도시 체르니히우에선 미국인 남성 제임스 휘트니 힐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사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인 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사망한 힐의 누이는 페이스북을 통해 “힐은 몇몇 사람들과 함께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다 총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당시 빵을 사려던 시민 10명이 사망했으며, 힐은 연인의 치료 목적으로 체르니히우에 머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비아체슬라프 차우스 체르니히우 주지사는 이 지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53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쪽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에선 하루 50~100번의 포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마리우폴 시의회에 따르면 도시 내 민간인 거주지 80%가 파괴됐다. 지금까지 마리우폴을 빠져나간 민간인은 3만 명 정도다. 또 키이우 서부 스비아토신스키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적어도 2명이 사망하고 건물이 불에 탔다고 키이우 당국이 밝혔다. 동부 루한스크에서도 병원과 민간인 대피소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사상자를 집계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있는 마리우폴 극장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있는 마리우폴 극장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앞서 미국기업연구소의 외교국방정책 책임자인 코리 샤케는 WP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무능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들의 실패는 무차별적인 민간인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에 더 가까이 가진 못했지만, 후방에서 장거리 포병 등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계속해서 키이우 포위 공격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합류하려는 용병들에게 “오래 사는 것이 돈보다 낫다. 러시아군 합류는 당신 생애 최악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