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별들의 무덤' 된 우크라…러 장군 벌써 4명 사망한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벌써 장군 네 명을 잃었다.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지난 15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남부 마리우폴에서 올레그 미티아예프 제150자동소총사단 사령관(소장)이 사살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소속 안톤 게라셴코 보좌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인용해서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의 사망에 대해 공표하지 않았다.

침공 3주 동안 장군 20명 중 4명 사망 

우크라이전에서 죽은 러시아 장군 4명. 비탈리 게라시모프,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안드레이 수호베스키, 올레그 미티아예프(왼쪽부터). 러시아 국방부, 우크라 국당국 캡처

우크라이전에서 죽은 러시아 장군 4명. 비탈리 게라시모프,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안드레이 수호베스키, 올레그 미티아예프(왼쪽부터). 러시아 국방부, 우크라 국당국 캡처

앞서 지난 3일 러시아군의 안드레이 수호베스키(47) 제7공수사단장 겸 제41연합군 부사령관(소장)이 사망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황을 설명하는 연설에서 "장군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지난 7일에는 하르키우 인근에서 수호베스키 부사령관과 같은 부대에 있던 비탈리 게라시모프 제41연합군 참모총장(소장)이, 지난 11일에는 제29연합군 소속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동부지역군 사령관(소장)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군당국이 전했다. 지난달 24일 개전 후 20여일 동안 총 4명의 장군이 사망한 것이다. BBC는 "약 20명의 장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군 4명의 사망이 진짜라면 5분의 1이 이번 전쟁에서 죽은 것"이라고 짚었다.

장군 정보팀 있는 우크라, 저격수로 사살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AP=연합뉴스

보통 장성급은 지휘 체계를 보전하기 위해 최전선에 있지 않고, 뒤에서 작전을 지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15년 개입한 시리아 내전에서 현재까지 3명의 장군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써 4명이나 사망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경대학교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정경찬 교수는 "전쟁에서 장군은 저격수에 사살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나라의 군에는 소수 정예의 저격수 부대가 있는데, 이들은 장성급만 노린다. 뛰어난 저격수라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장군을 쏠 수 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측근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는 유명한 장군, 조종사, 포병 지휘관 등의 세부 정보를 수집하는 군사 정보팀이 있다"고 했다. 첫 사망자였던 수호베스키 부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 저격수가 쏜 총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경찬 교수는 "러시아보다 병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장군을 사살하고, 그 사실을 알려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다. 정보전에서 압도하기 위해 성과를 부풀린 것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장군을 사살했다는 공식 발표나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 파괴 수치만 공개하고 있다. 정경찬 교수는 "우크라이나군 장군도 사망했을 수 있다. 그러나 군사력 세계 2위인 러시아는 당연히 승리할 거라 여기고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성과를 크게 선전하지 않고 정제된 내용만 발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병참 문제로 최전선에서 자주 노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러시아군 탱크 행렬.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러시아군 탱크 행렬. AFP=연합뉴스

러시아군 병참 문제도 장군들의 사망과 연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 외신들은 러시아군이 식량, 연료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부대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성상덕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병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뒤에 있던 장성급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최전선으로 자주 시찰을 나가게 된다. 적에게 자주 노출되고 저격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허술한 통신 관리도 영향을 끼쳤다. NYT는 "러시아 장군들은 보안되지 않은 전화로 연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쉽게 감청해 위치를 파악해 사살했다"고 전했다.

WSJ는 장군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해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는 러시아군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에서 근무한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군은 중앙집권적이다. 장성급이 모든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최전선에도 종종 나가게 된다"고 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