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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럽다 미나리, 쫄깃하다 키조개…봄날의 성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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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봄 내음 가득한 제철 먹거리가 전국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도 이맘때가 가장 싱싱하고 맛있다. 갓 뜯은 한재미나리를 지하수에 살뜰하게 헹궈 생으로 먹는데, 아삭아삭하고 씹을수록 향긋하다. 백종현 기자

봄 내음 가득한 제철 먹거리가 전국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도 이맘때가 가장 싱싱하고 맛있다. 갓 뜯은 한재미나리를 지하수에 살뜰하게 헹궈 생으로 먹는데, 아삭아삭하고 씹을수록 향긋하다. 백종현 기자

봄이 오면 식도락가는 여러모로 부지런을 떨게 마련이다. 뭍에서도 바다에서도 싱싱한 제철 먹거리가 한시적으로 쏟아지니 살뜰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 이맘때 서해안 전역에서는 알을 가득 품은 주꾸미가 올라온다. 남해안 득량만 개펄에서 자란 키조개, 섬진강 바닥에 붙어 덩치를 키운 벚굴도 속살이 탱글탱글하게 차오른다. ‘육식파’라면 한재미나리를 곁들인 삼겹살을 맛봐야 봄이다. 3~5월, 이맘때 꼭 먹어야 할 봄날의 제철 먹거리들 모았다.

봄날의 제철 먹거리

봄날의 제철 먹거리

한재미나리 - 4월까지

청도 한재에 미나리 농가 약 130곳이 있다.

청도 한재에 미나리 농가 약 130곳이 있다.

미나리는 봄을 깨우는 향이다. 겨우내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온 미나리의 새순은 여느 꽃보다 싱그러운 봄 내음을 낸다. 2월 무렵부터 무릎 높이까지 고개를 쳐드는데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든, 생선과 곁들여 탕으로 끓이든 그 맛과 향이 탁월하다.

경북 청도 한재(초현리, 음지리, 평양 1·2리, 상리 일대)가 전국적으로 이름난 미나리 산지다. 화악산(932m)과 남산(851m) 사이 골짜기에 미나리 농가 130여 곳이 모여 있다. 맑고 풍부한 지하수, 큰 일교차 등 미나리가 좋아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어 속이 꽉 찬 미나리가 자란다. 이른바 ‘한재미나리’는 이 지역에서만 나는 미나리를 이른다. 일반 미나리보다 곱절 가량 몸값이 비싼데, 요즘은 1㎏에 1만2000원꼴이다.

한재미나리는 특히 삼겹살과 궁합이 좋다. 갓 뜯은 한재미나리를 삼겹살에 싸 먹는데 아삭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감칠맛은 돋워 준다. 한재 농가 주변으로 고깃집 20여 곳이 줄지어 있다.

주꾸미 - 3~4월

주꾸미의 터전 충남 서천 홍원항.

주꾸미의 터전 충남 서천 홍원항.

제철 해산물을 잘 몰라도 ‘봄 주꾸미’가 맛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3~4월 주꾸미는 수심 50m 이내 얕은 연안에 서식하는데, 몸 안에 200~300개의 알을 품고 있다. 불에 잘 익히면 먹물과 알이 적당히 어우러져 구수한 감칠맛을 낸다. 수산 자원 보호를 위해 3~4월 알배기 주꾸미의 남획을 막자는 의견도 있지만(주꾸미 금어기는 매년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다), 봄 주꾸미가 특미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주꾸미는 서천·보령·태안·홍성·고창·군산 등 서해안 전역에서 두루 잡힌다. 어느 포구 앞에나 주꾸미를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이 널려 있다. 국물에 살짝 데쳐 먹는 주꾸미 샤부샤부, 매콤한 양념을 곁들이는 주꾸미 철판 볶음, 살아 있는 놈을 잘게 다져 먹는 주꾸미탕탕이 모두 식도락가라면 사족을 못 쓰는 먹거리다.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매년 이맘때 열리던 주꾸미 축제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 그나마 서천 마량포구에서는 2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주말에 한해 비대면 축제를 연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갓 잡은 주꾸미나 밀키트 등을 살 수 있다.

섬진강 벚굴 - 4월까지

섬진강에도 굴이 산다. 바다의 굴은 추워야 맛을 내지만, 섬진강 굴은 봄날이 제철이다. ‘벚꽃 필 무렵 맛이 깊다’ 하여 ‘벚굴’이라고도 불린다. 벚굴은 섬진강 바닥 바위에 붙어 자라는데, 물때에 맞춰 잠수부들이 수심 10m 아래까지 내려가 벚굴을 딴다. 올해는 조황이 그리 좋지 못한 편. 광양 망덕포구의 30년 베테랑 이성면(65) 선장은 “2년 전 홍수와 극심한 가뭄 탓에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라고 전했다. 2년 전 요맘때 1박스(5㎏)에 3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최대 5만원까지 부른다.

섬진강 벚굴은 3년이면 어른 손바닥 크기만큼 육중해진다. 일반 굴보다 몸집이 세 배 가까이 크다. 속살이 뽀얀 색을 띠는데, 짭조름한 듯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생것 그대로 초장에 찍어 먹어도 그만이지만, 전·튀김·찜·구이·초무침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섬진강을 마주 보는 광양과 하동 곳곳에 벚굴을 다루는 횟집이 있다.

키조개 - 4~5월

득량만 바다에서 키조개를 거둬들이는 어부의 모습.

득량만 바다에서 키조개를 거둬들이는 어부의 모습.

전남 장흥의 봄은 바닷바람을 타고 온다. 갑옷처럼 단단한 뼈를 지닌 갑오징어, 친숙한 바지락 등 봄 별미가 넘실거린다. 득량만의 봄은 ‘조개의 왕’으로 불리는 키조개의 차지다. 키조개마을로 유명한 장흥 안양면 수문항 일대에서 한 해 330t가량의 키조개를 거둬들인다. 잠수부가 펄 바닥에 종패를 이식해두면, 바닷속에서 플랑크톤 같은 부유물을 먹으며 부지런히 살을 찌운다. 2~4년이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란다.

제철은 4~5월. 껍데기 안에 꽃등심처럼 두툼한 관자(패주)를 품고 있는데, 얇게 썰어 회나 구이로 먹는다. 고소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최고의 안줏감이다. 지역 특산물인 표고버섯과 한우를 곁들이면 명성 자자한 ‘한우삼합’이 완성된다. 한우의 육즙과 향긋한 표고버섯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대단하다. ‘입이 호강한다’는 말의 실체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키조개를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은 수문항 일대에, 한우삼합집은 ‘정남진장흥토요시장’ 인근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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