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미국에서 연간 8억5000만 개의 ‘신라면’을 만들 수 있다. 러시아에선 올 하반기부터 연간 10억개의 ‘초코파이’가 생산된다.
K-푸드의 전초 기지가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지만, 국내 식품업계는 미국‧유럽‧동남아시아 등에서 현지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17일 농심은 다음 달 미국에 지은 ‘제2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제2공장은 캘리포니아 랜초 쿠카몽가에 있는 제1공장 바로 옆에 조성됐다. 2만6800㎡(약 8121평) 규모로,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생산시설은 용기면 2개 라인, 봉지면 1개 라인이다.
신라면,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같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생산 예정이다. 제1공장 생산량을 더하면 농심은 미국에서만 연간 8억5000만 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2025년까지 북중미 시장에서 매출 목표가 8억 달러(약 9676억원)로, 지난해 매출의 두 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지난달 말 베트남 롱안성에 지은 ‘키즈나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3만4800㎡(약 1만545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비비고 만두‧볶음밥‧김치‧소스 같은 제품을 만든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25년까지 설비 등에 1000억원을 지속해서 투입할 계획”이라며 “2025년까지 올해 3배 이상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도 새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수폴스에 56만1000㎡(약 17만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오리온은 올 하반기 러시아 트베리주 크립쪼바에 짓는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미 러시아 트베리주, 노보시비르스크주에 공장이 있지만 세 번째 공장을 신설했다. 15만2252㎡(약 4만6136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초코파이를 비롯해 비스킷(6개 라인), 스낵(2개 라인) 등을 만든다. 초코파이 생산량만 연간 10억개가 넘는다.
국내 식품업계가 해외 공장 증설에 나선 데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K-팝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85억4000만 달러(약 10조3291억원)로, 전년보다 12.9% 늘었다.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시장에서 지난해 농심 매출은 전년 대비 18%는 3억9500만 달러(약 4777억원)로, 사상 최대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물류망이 불안정해진 것도 이유다. 물류비가 오른 데다 항공‧선박 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지면서 현지 공장의 매력이 커졌다. CJ제일제당이 베트남 키즈나 공장을 지은 이유도 주변 국가 공략을 위해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베트남 시장뿐 아니라 중국‧동남아시아‧유럽 등으로 바로 배송한다.
국내 식품 시장이 포화인 것도 국내 식품업체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농심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3%에서 지난해 40%로 높아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당 국가의 규제나 현지인의 입맛을 공략하기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국내 식품업체의 해외 진출이 더 적극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