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이대로 가면…60년 뒤 봄꽃 진달래는 2월에 핀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3월 전남 해남군 옥천과 북일면, 강진 신전면 경계에 있는 주작산 진달래가 만개한 풍경.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전남 해남군 옥천과 북일면, 강진 신전면 경계에 있는 주작산 진달래가 만개한 풍경. 연합뉴스

국내 탄소 배출이 현 수준으로 이어지면 60년 뒤 보랏빛 진달래가 2월에 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봄꽃이 봄이 아니라 겨울에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17일 기상청은 향후 국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3종(개나리·진달래·벚꽃) 개화일 전망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6개 지점(서울·부산·인천·대구·강릉·목포) 대상으로 저탄소·고탄소 시나리오를 각각 적용한 예측이다. 저탄소 시나리오는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해 2070년께 탄소중립에 이르는 걸 가정했고, 고탄소 시나리오는 현재와 비슷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한다는 조건이다.

지구 온난화 추이 속에 미래의 봄꽃 개화일은 현재(1991~2020년)보다 대폭 앞당겨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개나리는 3월 25일, 진달래는 3월 27일, 벚꽃은 4월 4일에 핀다. 그런데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엔 이보다 5~7일, 중반기(2041~2060년)는 5~13일, 후반기(2081~2100년)는 10~27일 각각 당겨지는 식이다. 꽃이 피는 시기는 기온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상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종류별 개화 시기. 자료 기상청

기후변화상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종류별 개화 시기. 자료 기상청

특히 기온 증가 폭이 가장 큰 고탄소 시나리오상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번 세기 후반엔 지금보다 한 달 가까이(23~27일)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진달래는 계절상 겨울로 분류되는 2월 28일에 꽃을 피울 것으로 예측됐다. 개나리(3월 2일), 벚꽃(3월 10일)보다 빨리 등장하는 셈이다.

기상청은 "진달래는 개나리보다 늦게 개화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21세기 후반에 접어들면 둘이 동시에 개화하거나 진달래가 더 빨리 꽃을 피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경남 창원시에서 개나리가 일찌감치 개화해 시선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경남 창원시에서 개나리가 일찌감치 개화해 시선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기상청이 발표한 국내 평균기온 변화 예측치를 보면 2000~2019년 11.9도에서 2081~2100년 18.2도(고탄소 시나리오)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계절 길이도 크게 달라져 고탄소 시나리오 기준 봄·겨울은 짧아지고 여름·가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화 시기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하면 점점 빨라지고 있다. 1950~2010년대 약 60년간 봄꽃 개화일은 3~9일 당겨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 60년이 지난 21세기 후반기엔 몇배 빠른 23~27일 앞당겨지게 된다.

기후변화상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별 벚꽃 개화시기 변화 전망. 자료 기상청

기후변화상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별 벚꽃 개화시기 변화 전망. 자료 기상청

봄꽃이 등장하는 시기의 변화는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2081~2100년 고탄소 시나리오상 벚꽃은 대구에서 현재 대비 30일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2월 27일에 개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27일), 강릉(26일), 부산(24일) 순으로 당겨질 전망이다. 개나리는 인천(29일), 진달래는 서울(35일)에서 각각 꽃을 피우는 시기가 가장 빨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봄꽃을 더 빨리 본다는 건 좋은 의미는 아니다. 봄의 시작이 그만큼 빨라지고, 입춘·경칩 같은 봄 절기의 기온이 상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화 시기의 변화는 각 지역 축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여야 지금처럼 3~4월에 제때 꽃이 피는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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